맹 씨가 자비를 들여 지은 학교 앞 육교. 사진=중국 방송 화면 캡처
얼마 전 허난에 위치한 스옌중학교 입구에 육교가 지어졌다. 평소 이 일대는 차량 통행이 많은 곳으로 유명했다. 학생들이 등하교를 할 때면 주차 차량까지 겹치면서 주변 도로가 꽉 막히곤 했다. 학교 측은 횡단보도를 긋고, 과속방지턱을 설치했다. 교통경찰과 학교 직원들도 수시로 지원에 나섰지만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이 언제나 위협받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대가 낮아 비가 많이 오는 날엔 도로가 잠기기 일쑤였다. 학생들은 고인 물에 발이 젖었고, 이 상태로 하루 종일 수업을 해야 했다. 자동차가 지나가며 튄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일도 많았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젖은 신발을 교체하기 어려웠다. 여름 우기 내내 습기가 꽉 찬 신발을 신고 학교를 다녀야 했던 것이다.
스옌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가 신발이 젖어 발가락이 퉁퉁 불은 채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엄마 맹 씨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2020년 6월 학교장에게 육교를 짓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학교장은 경비 등의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맹 씨는 직접 육교 건설에 나섰다.
맹 씨는 관련 수속과 허가를 마친 뒤 사비를 들여 공사를 시작했고 최근 완공했다. 전체학생 3000여 명 중 2000명이 통학(1000명은 기숙사)하는데, 육교를 이용하면서부터 한결 안전 문제를 덜었다. 한 학부모는 “자녀들이 차와 섞여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면 간담이 서늘했는데, 이젠 괜찮아졌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 지역 주민들은 이 다리를 ‘맹모교’ ‘사랑의 다리’라고 부른다. 맹 씨 성 때문에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욱 화제를 모은 것은 맹 씨가 자신의 기부를 비밀에 부쳐달라고 했다는 점이다. 맹 씨는 자신의 아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결국 맹 씨의 선행은 알려졌다.
맹 씨는 “자칫 아이가 어긋나거나 성실하지 않을 수 있어 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죽으면 돈을 가져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육교 건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상에선 맹 씨의 선행을 칭찬하는 것과는 별개로 지역 교육 당국과 학교를 비난하는 여론이 많았다. 학교 앞에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 평소 상습적으로 물이 넘치는 부분에 대한 관리 소홀, 육교 건설 과정에서의 비협조적 자세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샤이헌 교육 당국은 일일이 해명하는 자료까지 내야 했다. 지형상 신호등 설치가 적합하지 않았고, 짧은 시간 강한 비를 제외하고는 물이 고이는 일이 드물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평소 학생들의 등하교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궁색한 핑계라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이어 교육 당국은 육교의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법률에 따라 관리권을 정부 부처로 이관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관리 책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것에 대한 답이었다.
맹 씨는 스옌중학교에 이어 근처 제일중학교 앞에도 육교 건설에 나섰다. 비록 자신의 자녀가 다니진 않지만, 스옌중학교보다 더 차량이 많고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맹 씨는 육교 2개를 짓는데 약 100만 위안(1억 7000만 원가량)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그의 선행에 열광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학교 관계자가 인터뷰에서 ‘누가 지었는지, 왜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게 과연 맹 씨의 익명 요청 때문이었을까. 학생들의 안전 문제엔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어떤 사정이 숨어 있건 맹 씨의 선행은 칭찬받아야 한다. 교육 당국은 자신의 책임을 덮는 데 급급해 보인다”면서 “학교 앞 육교는 ‘어머니 다리’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