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감사원 ‘2인자’ 사무총장은 조직 내 살림을 도맡아 하고, 감사업무를 일선에서 지휘·감독하는 역할로 내부인사가 맡았다. 감사원장과 함께 감사원 투톱으로 불리는 이유다.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은 서로 보완 관계에 있지만, 때론 견제하기도 한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사무총장을 앉히려 해 뒷말이 나왔던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최성호 현 감사원 사무총장(당시 제1사무차장). 사진=이종현 기자
감사원은 1963년 3월 감사원법 제정으로 인해 정부의 회계를 검사하는 심계원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감찰위원회가 통합돼 설치됐다. 헌법과 법에 따라 국가의 세입·세출 결산을 검사하고, 국가기관과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를 상시 검사·감독한다. 또한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해 행정운영의 개선 및 향상을 도모한다.
감사원은 사무처와 감사위원회로 구성돼있다. 사무처가 회계검사·직무감찰·정책감사를 해오면, 감사위가 심의해 결과를 확정한다. 사무처는 검사, 감사위는 판사라고 볼 수 있다. 감사위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명, 최대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무처를 총괄하면서 직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은 감사원 사무총장이 맡는다. 감사원 사무총장 직위는 차관급으로, 감사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1000여 명의 직원들 인사와 1356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실질적으로 지휘해 감사원 내 ‘2인자’로 통한다.
1963년 3월 감사원 설립 이후 초대 이원엽 감사원장부터 현재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총 24명이 감사원장을 지냈다. 그동안 사무총장은 34명이 거쳐 갔다.
감사원장은 박정희 정권에서는 이원엽 초대 원장부터 이주일(3·4대) 이석제(5·6대) 황영시(11·12대) 등 주로 군인 출신들이 맡았다. 노태우 정부 이후부터는 김영준(13·14대) 이회창(15대) 이시윤(16대) 한승헌(17대) 김황식(21대) 최재형(24대) 등 법조인들이 감사원장을 지냈다.
사무총장 역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는 군 출신이 많았다. 교육자나 검찰 출신이 임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들어 13대 사무총장으로 감사원 출신 황영하 사무총장이 발탁되면서 ‘과장-국장-차장’을 거치는 내부 승진 전통이 확립됐다. 차관급이지만 감사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 지휘하기 때문에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현 최성호 사무총장 역시 1992년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 1996년 감사원에 전입해 23년간 근무하면서 사회·복지감사국장, 기획조정실장, 제1사무차장 등 감사원 주요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8월 김종호 전 사무총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면서 그해 11월 임명됐다.
외부인사가 사무총장으로 오는 경우도 있긴 했다. 김대중 정부 때 경찰 출신으로 이수일 사무총장(18대)이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5년 7월 검사 출신 이완수 변호사가 31대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감사원 사무총장에 외부인사 임명을 꺼린 것은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은 대부분 감사원 내에서 정치성향과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상고 1년 후배인 오정희 공직기강비서관이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면서 뒷말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외부인사 이완수 전 사무총장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구고 후배였다. 또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와는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였다. 이에 이완수 전 사무총장이 박근혜 정부 주요인사의 추천을 받고 청와대 하명에 따라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정치적 성향을 띠는 사무총장 인사 때문에 감사원이 정권이 힘이 있을 때는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감사를 미뤄두다, 정권 교체 후 ‘코드 감사’를 벌이는 일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쌀 직불금 관련 감사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감사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인 2007년 고위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연루된 쌀 직불금 부당 수령 감사를 진행하고도 발표하지 않은 것. 더 나아가 청와대 지시로 불법 수령자 명단이 사라졌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감사원이 감사보고서 비공개 지시에 따라 감사자료를 파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진실 공방은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 핵심사업이었던 보금자리주택과 뉴타운 정책, 4대강 사업 감사결과가 논란이 됐다. 특히 4대강 사업 감사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 발표(2011년 1월, 2013년 1월)와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한 차례 발표(2013년 7월) 등 총 3번의 감사결과가 발표 때마다 수위가 달라졌다.
2011년 감사 결과에서는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법적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3년 1월에는 “입찰 비리 등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고 정반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감사원 사무총장 재직 중 민정수석에 발탁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종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 연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돼 눈길을 끈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24대 사무총장)과 김종호 전 민정수석(33대 사무총장)이다. 김조원 전 수석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김종호 전 수석은 문재인 청와대에서 각각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공통점이 있다. 김종호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기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비서관으로 일하다가 감사원으로 복귀해 사무총장 재직 중 김조원 전 민정수석 후임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구로 청와대와 불가근불가원 관계가 필요한데, 현직 사무총장이 청와대로 발탁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종호 전 사무총장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정부여당과 최재형호 감사원은 각종 사안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게 ‘코드 인사’가 아니고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그럼에도 헌법상 독립기구인 감사원의 고위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과거처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중립성 제고를 위해 감사원 지배구조 개편을 논의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