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SSG 랜더스 최정은 사구와 관련해 독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최정이 몸에 공을 맞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0사구 기록을 달성한 2017시즌을 19사구로 마친 그는 2018년(23개), 2019년(26개), 2020년(20개) 역시 다른 타자들보다 월등히 많은 사구를 기록했다. 엄청난 수치이자 마냥 웃을 수는 없는 기록. 공이 자석처럼 몸에 와서 달라붙는다는 의미로 ‘마그넷 정’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최정은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 타격한다. 선수 생활 내내 사구를 달고 다닌 이유다. 맞은 공의 구종도, 맞은 부위도 다양하다. 최정이 “직접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지금도 온몸에 멍투성이”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야구 관계자들은 “그렇게 몸에 맞는 공이 많이 나오는데도 사구로 인한 큰 부상 없이 꾸준히 뛰는 게 대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스로도 “진짜 왜 나만 유독 많이 맞는지 모르겠다. 일부러 맞는 것도 아니다. 다만 크게 다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최정의 몸이 강하고 단단하다는 얘기도 된다.
최정은 사구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설사 고의성이 느껴지는 빈볼이나 위협구라고 해도 웬만하면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최정의 사구가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는 이와 관련해 “사구도 경기의 일부다. 투수가 몸 쪽 공을 던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렇게 해야 투수가 타자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아프지만 내가 화를 내도 결과가 달라지는 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정도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이 당연히 두렵다. 그러나 사구를 의식하다 타격 밸런스가 깨지는 더 큰 부작용을 피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는 투수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사구와 타협하지 않는다. 그냥 맞고 1루로 걸어간다. 대신 조금이라도 덜 아픈 부위에 맞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아내나 가족들은 내가 자주 공에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사구를 생각하면 나도 기분이 좋지 않다. 아찔하고 무서운 기억이 많다. 그래도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