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4월 30일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 7피안타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5이닝 1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연장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은 시범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정규시즌을 맞이했고, 시즌 첫 등판이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 원정 경기에서 3이닝 3실점으로 출발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등판인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5⅔이닝 1실점을, 세 번째 등판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5이닝 1실점 하며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 중인 김광현을 향해 송재우 위원은 “매 경기마다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고 평가했다.
30일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이전 신시내티 레즈전에 비해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오르지 않았다. 신시내티전에서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91.5마일(평균 시속 89.3마일)이었는데 반해 필라델피아전에서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90.4마일이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김광현은 변화구 비율을 높여 타자들을 상대했다.
김광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오늘은 지난 경기보다 컨디션이 별로였다. 몸 풀 때는 괜찮았는데 경기에 들어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공이 많이 빠져 볼을 많이 줬다”고 풀어냈다. 그럼에도 위기 상황을 잘 넘기며 1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던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그는 팀이 연장전 끝에 승리한 결과에 만족해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4월에만 두 차례나 상대한 팀이었다. 김광현으로선 다른 경기보다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했던 상황. 그는 그 내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맞은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적응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렸다. 사진=이영미 기자
“지난 경기(4월 18일 필라델피아 원정)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공을 맞았는지, 타자별로 어떤 공에 강한지 공부했다. 계속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하면 할수록 타자들이 내 볼에 적응한다기보다 내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적응하는 것 같다. 조금씩은 뭘 노리는지, 무슨 구종을 노리는지, 뭐에 강한지 알면서 좀 더 발전하는 시즌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김광현은 4회까지 매 이닝마다 안타를 허용했지만 5회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송재우 위원도 “5회의 투구 내용이 가장 좋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두 타자로 나선 앤드류 맥커친을 상대로 같은 코스에 3개의 슬라이더를 연달아 찔러 넣은 건 김광현만 할 수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몸쪽 낮은 곳에 연속으로 3개의 슬라이더를 던지다 하이 패스트볼로 시선을 분산시킨 후 다시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파울을 만든 다음 6구째 하이 패스트볼로 맥커친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1아웃으로 만든 후 알렉 봄한테도 계속 몸쪽 공 승부를 펼치다 중견수 뜬공 아웃 처리를 한다. 세 번째 타자인 리스 호스킨스한테도 몸쪽 공 승부를 펼쳤고 5구째 커브 볼로 헛스윙 삼진 아웃을 잡았다. 5회 김광현이 보인 투구 내용은 매우 영리했다. 몸쪽 공 컨트롤은 정말 일품이었다. 타자가 뭘 기다리고 있는지 훤히 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3차례 선발 등판해 13⅔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단 한 개만 허용했다. 그는 이런 배경을 다음과 같이 풀어낸다.
“볼넷을 주고 싶어 하는 투수가 어디 있겠나. 불리한 카운트에서 시작했을 때는 타자가 좋아하는 위치로 볼을 던지며 파울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홈런이 될 확률이 높다. 카운트가 불리할수록 타이밍을 뺏는 공을 던진다. 파울을 유도하려고 생각하면서 파울을 이끌어내다 보면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볼넷이 덜 나온다고 생각한다.”
김광현은 역동적인 투구폼만큼 표정이 변화무쌍하다.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류현진과 가장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날도 1회 초 알렉 봄을 상대할 때 제구가 안 되자 아쉬움 섞인 소리를 냈다. 3회 초 리스 호스킨스 타석 때도 연속으로 3개의 볼을 던진 후에는 짧은 탄식을 뱉어냈다. 송재우 위원은 김광현이 특히 홈경기에서 자기표현이 강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축 시즌으로 운영된 지난 시즌부터 오늘 경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 홈구장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누구인 줄 아나. 바로 김광현이다. 홈경기 평균자책점이 1.14였다. 그만큼 홈에서 자신감 있는 투구를 선보이고 있는데 가끔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다양한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김광현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 같다.”
송재우 위원은 이날 김광현이 제구가 불안했음에도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오늘 5이닝 동안 7피안타로 메이저리그 데뷔 최다 피안타를 기록했지만 그중 장타가 3회 리얼무토에게 허용한 2루타 한 개밖에 없었다. 덕분에 1실점으로 등판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오늘은 특히 커브가 뛰어났는데 구속의 변화를 준 커브는 앞으로 김광현의 또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대 타자가 슬라이더를 예상하고 있을 때 느린 커브가 들어가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빠른 공이 제구가 안 될 때 변화구로 자신의 폼을 찾아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타자한테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리듬대로 투구를 이어간 부분은 김광현이 올 시즌 더욱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