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뜻밖의 말을 들은 그녀. 승리씨는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될 운명이며 이를 거부하면 그녀의 어머니마저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녀는 연씨를 ‘신엄마’로 받아들이며 굿을 준비하기 위한 수련의 과정에 들어섰다.
연 씨의 전 신제자는 “진짜 아파요. 놔주세요. 제 목소리로 하는데 네 몸에 지금 뱀 새끼가 들어간 거래요. 그거를 빼내야 한다고”라고 말했다.
신굿을 향한 첫 번째 수련은 자신이 모실 신을 알아보는 ‘신의 명패’ 찾기 훈련. 무속인 연 씨의 강요로 뾰족한 자갈길을 걷거나 온몸에 찬물 세례를 받는 과정이 이어졌다. 아무 것도 느끼지도 보지도 못한 승리 씨에게 이어진 건 몸에 붙은 잡신을 떼어 내는 퇴마의식.
천으로 승리씨를 결박한 뒤 온몸을 손으로 찔러대던 연 씨는 급기야 발로 그녀의 복부를 압박했다. 산에서 내려와 곧장 병원으로 향한 승리씨는 퇴마의식 당시 입은 부상으로 인해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고 한다.
무속인 연 씨를 만나 이상한 경험을 한 사람은 승리 씨 뿐만이 아니었다.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으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졸지에 연 씨의 신제자가 된 이들은 대략 20여 명. 연 씨는 그들에게 신굿을 해주는 조건으로 1억 원 가량의 굿값을 요구했다고 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신내림을 결심한 신제자들은 굿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연 씨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를 개설해 연 씨에게 주거나 중고 차량 대출에 손을 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굿값을 마련해야만 했다는 신제자들.
이들을 연씨에게 안내했던 건 연 씨가 출연했던 무속 방송 동영상. 영상 속에서 누구보다 진솔하고 따듯한 말투로 퇴마 굿을 해주던 연 씨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걸까.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무속인은 연 씨 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신제자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터로 인도했던 구원자 ‘용보살(가명)’. 인터넷의 수많은 사람이 그녀의 미담과 치료를 통한 후일담을 올리지만 정희 씨(가명)의 오빠 우석 씨(우석)는 꽃다웠던 동생의 죽음이 용보살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석 씨의 동생 정희씨는 가족의 병을 고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용보살에게 매달렸다. 폐암으로 괴로워하는 어머니와 제대로 걷지 못하는 오빠. 용보살은 정희씨의 절박한 심정을 파고들며 정희 씨와 가족들에게 각종 굿을 받게 했다고 한다. 굿값은 매번 수백만 원을 웃돌았고 엄마, 오빠, 본인을 위한 반복되는 10여 차례의 굿 비용은 고스란히 정희 씨의 빚이 되었다.
가족과의 연락도 두절한 채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던 정희 씨가 다시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 건 이미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나서였다. 그리고 몇 년 뒤 용보살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죽은 정희 씨의 이야기를 꺼냈다. 정희 씨가 자신의 돈을 훔쳐 달아났고 끝내 빚조차 상환하지 않았다는 것. 가족을 위해 스승에게 매달렸던 그녀가 ‘스승을 배신한 제자’라는 이름으로 지탄받고 있었다. 정말 정희 씨는 자신을 생각해주던 스승, 용보살을 욕보인 배신자일 뿐일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부 무속인들 역시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무속 관련 유튜브 채널은 무려 550여 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고통받는 젊은 구독자들은 이러한 영상을 접하면서 무속인들의 말에 신뢰감을 가지며 보다 쉽게 빠져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믿음과 타인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하는 가짜 무속인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신엄마의 비리를 제보해온 제자들 역시 지금이라도 이 악행을 끝내야만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속 유명 무속인들의 진짜 모습을 파헤쳐보고자 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