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이번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일요신문DB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주 중 검찰총장 후보자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지난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제청 당시 후보군 압축에서 장관이 후보자를 제청할 때까지 나흘이 걸렸던 만큼 이르면 이번 주 초에 최종 후보자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 문 대통령이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 절차 등만 남는다. 절차대로라면 이르면 5월 말 또는 6월 초에는 신임 총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을 함께 한다. 검찰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만큼 조직 내에서 이를 이끌어갈 인물이 낙점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 입장에선 임기 말 정치적 외압에서 조직을 지켜 줄 버팀목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최근 “검찰개혁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총장 후보자 제청 기준으로 꼽았다.
후보군 중 정부와의 호흡이 가장 잘 맞을 인물로는 김오수(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이 거론된다. 전남 영광 출신인 김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감독원장·공정거래위원장·국민권익위원장 등 주요 요직의 후보 하마평에 종종 이름을 올리는 등 친정권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2019년엔 윤 전 총장과 함께 추천위의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법무부 차관으로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을 내리 보좌했다. 검찰에 ‘김학의 사건’, ‘월성원전 의혹’ 등 주요 정권 수사가 남아있는 만큼, 친정권 색채의 김 전 차관을 앉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부 친화적 인물로 꼽히는 김 전 차관이 과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데 적합한 인물이냐를 놓고 검찰 조직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가 차관 재직 시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 국면에서 정부 편에 서면서 후배들의 신망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박 장관이 ‘김오수 전 차관 유력설’을 경계하며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그가 가진 리더십의 한계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조직 내 신망’에 높은 기준을 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 회의에서도 후보자 4명 중 김 전 차관의 득표수가 가장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직 내 신망만 놓고 보면 조남관(연수원 24기) 대검 차장검사가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까지 총장 직무를 대행하며 조직을 잘 추슬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자신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킨 추미애 전 장관에게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철회를 공개 호소해 조직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내렸을 때는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참여시키는 묘책을 내 수습하기도 했다.
이는 반대로 정부 입장에서는 그를 안심하고 임명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조 차장검사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보다 한 기수 아래인 점도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탈락한 이 지검장을 조직에 남겨둘 경우 그보다 아래 기수인 조 차장검사를 총장으로 앉히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은 인물로 평가되는 구본선(연수원 23기) 광주고검장이 부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 고검장은 인천 출신으로 지역색이나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검 대변인을 오래 지내 두루 인맥이 넓고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다. 박범계 장관과 연수원 시절 친분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후보인 배성범(연수원 23기) 법무연수원장도 경남 출신으로 정치색은 짙지 않다. 다만 이 지검장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총괄하며 ‘정권 눈 밖에 났다’는 평가가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