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실족사, 타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손 씨의 사망 원인과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 당일인 지난 4월 25일 오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손 씨 행적을 파악하는 게 사인 규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손 씨와 함께 있던 친구 A 씨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 씨가 당시 손 씨 신발을 버렸다고 진술했기 때문.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인 손 씨는 지난 4월 24일 밤 11시쯤부터 4월 25일 오전 2시까지 현장에서 A 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월 25일 오전 3시 30분쯤 손 씨가 옆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고 당시 한강공원에 있던 목격자들도 오전 3시 40분쯤까지 손 씨와 A 씨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잠이 들었다가 깬 A 씨는 당시 손 씨가 자리에 없어진 것을 확인한 뒤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손 씨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같은 날 오전 5시 30분 부모님과 함께 다시 나와 손 씨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손 씨의 시신은 실종 5일 만인 지난 4월 30일 오후 3시50분쯤 실종 장소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발견됐다.
A 씨는 사건 발생 후 손 씨 부모와 만난 자리에서 “(만나서 같이 있을 당시) 정민이가 혼자 달려가다가 언덕에서 굴렀다”며 “그래서 (그 언덕에서 정민이를) 끌어올렸다. 물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시 옷과 신발 모두 흙이 묻었다”고 부연했다. 이에 손 씨 부모가 통화를 통해 “(사건 당시 더러워진 바지는 빨았을 테고) 신발은 좀 볼 수 있느냐”고 묻자 A 씨 아버지는 듣자마자 바로 “(A 씨 엄마가 더러워서) 신발을 버렸다”고 했다고 답했다.
손 씨 아버지는 “A 씨도 정민이를 일으켜 세우고 이러느라고 바지와 옷에 흙이 많이 묻었다는 얘기를 했다. 정민이는 더 더러울 텐데 (소지품 등을) 감안해서 찾아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그 주변에 그렇게 더러워질 데가 없다. 진흙이 없다. 잔디밭, 모래, 풀, 물인데 뭐가 더러워지는 거지? 봐야 되겠다. 바지는 빨았을 테고 신발을 보여달라고 (A 씨) 아빠한테 얘기했을 때 0.5초 만에 나온 답은 ‘버렸다’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거기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사항이 생긴다”며 “보통의 아빠가 애 신발 버린 걸 그렇게 알고 있어서 물어보자마자 대답을 하는 건 이상하다. 상식적으론 ‘잘 모르겠다’ ‘물어보겠다’ ‘어디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게 정상인 것 같은데 신발을 버린 걸 아빠가 알고 있고 즉답을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또 “그 신발은 CCTV에 나온다. 지난 4월 25일 오전 4시 30분 CCTV에 나올 텐데 저는 안 봤지만 그게 그렇게 얼마나 더러워서 버렸을까? 급할 건가라고 제가 형사 취조하듯이 따질 수가 없잖나. 답답할 뿐인 거지”라고 호소했다. 손 씨와 A 씨가 함께 있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서인 ‘흙 묻은 신발’이 없어지면서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열쇠가 하나 사라진 셈.
손 씨 부모는 ‘왜 A 씨의 부모가 신발을 버렸는지’ 물어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A씨의 입장도 현재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2주 이상 걸릴 걸로 보고 손 씨의 마지막 행적을 찾기 위한 주변 CCTV 확인과 휴대전화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