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빴던 2010년도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백호의 해’ 경인년(庚寅年)을 맞아 창업자 및 예비 창업자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2010년 창업시장을 열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지난해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어려움이 컸다는 게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반면 어려움 속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의 결실을 맛본 업종도 있었다. 2010년 창업시장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 2011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보자.
“WFC(세계프랜차이즈대회) 유치, 나들가게 사업, 미소금융 등 2010년 창업시장은 질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지난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자영업자의 추이를 살펴볼 때 2009년 9월 578만 명에서 2010년 1월 547만 5000명으로, 그 수가 줄어 양적인 성장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의 2010년 창업시장 분석이다. 이처럼 정체된 시장에서도 약진한 아이템은 있었다. 특히 외식업에선 ‘원킬’(One Kill)이 돋보였다. 즉 특정 메뉴만 부각시켜 전문성을 높인 아이템이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전문점의 경우 식자재 품목 수가 적어 재료 원가가 높지 않고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하다보니 기술력도 늘어 결과적으로 수익까지 높아지는 것이 장점. 이러한 이유로 특정 메뉴 전문점은 2009년 하반기부터 성장 조짐을 보이다가 올해 들어서 창업시장 전반에 ‘전문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국수전문점은 물론 짬뽕 카레 돈가스 떡볶이 튀김 전 전문점 등 메뉴도 보다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문점 열풍이 향후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커피와 관련한 업종의 양적 팽창 또한 거셌다. 커피전문점을 비롯한 각종 복합카페가 주요 상권은 물론이고 주택가 상권까지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 그러나 점포 수가 늘어나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점포거래 전문 ‘점포라인’이 연초와 연말(올 1~2월과 11~12월)에 등록된 27개 주요 업종 매물 7613개의 권리매매 시세 차이를 조사한 결과 커피전문점과 카페 등의 권리금이 연초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경우 연초 9612만 원에서 연말 6405만 원으로 33.36%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 골프연습장 역시 권리금이 하락한 업종으로 지목됐다. 올 초 1억 1946만 원이었던 골프연습장 권리금은 연말에는 18.62% 하락한 9722만 원으로 2224만 원 정도가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횟집으로 나타났다. 횟집 권리금의 경우 연초 7939만 원에서 연말 1억 2126만 원으로 4187만 원(52.17%)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횟집은 연초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떨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월에는 비브리오 패혈증이 악재로 작용하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으나 관련 이슈가 빨리 가라앉았고, 10월 이후 성수기 흐름을 타며 매출과 권리금이 동방 상승했다고 한다.
횟집 다음으로 권리금이 많이 오른 업종은 제과점이었다. 제과점은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 업종 중 하나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권리금 역시 연초 1억 6370만 원에서 연말 1억 9930만 원으로, 3560만 원(21.75%) 올랐다고 한다.
퓨전주점과 레스토랑 역시 권리금이 오른 업종으로 꼽혔다. 퓨전주점 권리금은 1억 986만 원에서 1억 4325만 원으로, 3339만 원(30.39%) 올랐고 레스토랑도 1억 5807만 원에서 1억 8916만 원으로, 3109만 원(19.6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권리금이 어떤 업종의 흥망을 판단할 수 있는 전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시세 비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잘 되는지 안 되는지를 짐작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베이비부머 은퇴자를 비롯해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 직장인들의 창업이 크게 늘었다. 한 프랜차이즈 생맥주전문점 대표는 “올해 개최된 창업박람회에는 상담객 중 60% 이상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다. 예전 박람회의 경우 대부분이 퇴직 이후 실제 창업을 하려는 이들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직장인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젊은 층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서민들을 위한 새로운 자금정책 역시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등의 서민금융상품은 현 대부업체가 신용 등급이 낮은 서민층에게 과도한 이자를 부과해 자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에 따른 대책으로 내놓은 것. 특히 올해 출범한 미소금융의 경우 소자본 창업자들의 대출 창구가 되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2010년 10월 말을 기준으로 미소금융재단은 서민 1만 416명을 대상으로 687억여 원을 지원했다. 미소금융 지원 자금 중 신용회복 명목의 129억여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통시장과 소자본 창업자들의 시설개선 및 서민층의 창업자금 명목으로 지원된 것이어서 명실상부한 창업자 맞춤형 서민금융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에는 지원액을 대폭 늘려갈 계획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창업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중소기업청은 우수 중소기업으로 등록된 6만여 우수 중소기업 정보와 9000여 개의 채용 및 위치정보를 담은 ‘우수 중소기업 취업 도우미’를 무료 서비스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중소기업청이 개발한 ‘창업만물사전’이 창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를 위한 맞춤 애플리케이션으로 창업 뉴스, 창업 단계별 정보, 지원제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전에는 쿠폰북이라든지 전단지를 주요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던 소상공인들이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반값 할인 이벤트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 향후 창업 시장 대부분이 이를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