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연애의 목적>의 한 장면. |
여자의 감각은 남자와 다르다고 막연하게 알던 사실이 최근 일본에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여성이 촉감, 형상, 소리, 맛, 냄새를 느끼고 판단하는 방식, 즉 ‘오감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것. 여자의 뇌와 감각기가 남자와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성생활에서는 어떨까. 일본의 대중지 <주간포스트>는 촉각, 청각, 시각, 후각, 미각 등 오감과 육감(Six Sense)에 대한 각종 연구결과나 관련 저서를 종합해 ‘여자의 감각’을 분석했다.
△촉각=섹스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감각이 바로 촉각이다. <뇌로 느끼는 섹스 입문>의 저자 하야시 마사유키 히로쿠니 병원장은 “여성의 쾌감을 좋게 하려면 바깥보다 안쪽을 터치하라”고 조언한다.
남성은 가슴이나 성기만을 애무하기 쉬우나 손바닥, 무릎 뒤, 팔꿈치 및 관절 안쪽 등은 모두 여성의 성감대라는 것. 여자는 남자보다 피부가 고와 훨씬 촉각이 예민하다. 즉, 피부가 얇고 부드러운 부분은 모두 성감대라고 보면 된다. 겨드랑이나 옆구리 등 간지럼을 잘 타는 부분이 성감대란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한편, 가슴이 큰 여성보다 가슴이 작은 여성이 더 성감대가 민감하다. 사오토메 도모코 산부인과 의사는 “유방은 90%가 피하지방인데, 가슴이 크면 피하지방이 두꺼워서 그만큼 유방의 지각 신경에 감촉이 전달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유방이 클수록 덜 느낀다는 것. 이와는 별개로 유두는 민감한 성감대라서 애무할 때 좌우 유방을 동시에 자극하면 더욱 쾌감을 느낀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여성도 많다. 머리카락 자체에 신경은 없어도 모근 부분에 말초신경이 있기 때문이다. ‘귀’도 성감대다. 귀를 애무하면 임파선이 자극을 받는다. 또 귀는 뇌에 가까워서 쾌감신경이라 불리는 ‘A 10신경(쾌락중추)’을 자극하기도 쉽다. 하야시 병원장은 “귀는 제 2의 성기”라고 강조한다. 귀 주위 신경은 척수를 통해 생식기 주위 신경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은 긴장이 풀어지고 편안함을 느껴야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편안하다고 느낄 때 전신의 혈관이 확장돼 체온이 올라가 여성의 성감대가 민감해지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난소에서 분비돼 성적 흥분으로 이어진다.
△시각=섹스 시 불을 꺼달라는 여성이 많다. 물론 몸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워 그렇기도 하나 방 안 밝기가 여성의 ‘시각’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이미 기존 동물실험 결과로 졸릴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성욕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는 점이 검증된 바 있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사물의 색깔이나 형태가 어렴풋이 보이는 정도의 밝기에서 가장 잘 분비된다. 멜라토닌이 분비된다는 것은 곧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라는 것인데, 이 상태가 아니면 여성은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성에게는 방의 밝기가 매우 중요하다. 또 빛은 대뇌 시상하부 시신경교차상핵에 작용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난소 등에도 영향을 준다.
가장 좋은 조도는 0.5~1럭스(㏓)다. 3~4평정도 방에서 작은 전구 하나 정도를 켠 정도다. 침실에는 오렌지, 빨강 등 난색 계열의 따뜻한 빛을 내는 간접조명이 가장 좋다. 한밤중에 여성과 편의점에 가는 건 금물이다. 편의점의 조명 밝기는 대체로 1000럭스 이상이어서 여성은 이내 흥이 깬다.
예를 들어 눈가리개를 하는 가벼운 SM플레이를 여성이 더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여성의 ‘시각’과 관련 깊다. 사람은 보통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비율이 80%에 달하는데, 시각 정보를 차단하면 다른 감각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눈가리개 등을 쓰면 보통 때 안 쓰는 다른 오감을 일깨우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 몸이 민감해지고 뇌에 신선한 자극을 줘 쾌감물질인 ‘도파민’이 나오기 쉽다. 섹스 도중 남성은 시각을 우위에 둔 우뇌만 써서 행위에 집중하지만, 여성은 좌우 뇌를 다 쓰기 때문에 행위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눈가리개를 쓰면 정보량이 많은 시각을 차단해 오로지 느낌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여성과 남성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남녀가 섹스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간단히 말하면, 남성은 야한 비디오를 보고 흥분하지만 여성은 야한 비디오를 보자고 하는 말을 들으면 흥분한다. 남성의 성욕은 시각에 영향을 받기 쉬운데 반해 여성은 시각만으로 흥분하지 않는다.
<남자가 배우는 여성 우뇌>의 저자인 고메야마 기미히로 신경내과의는 “여성은 이유 없는 섹스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남성은 시각 정보 처리 및 공간인식 등을 담당하는 우뇌가, 여성은 논리적 사고 및 언어중추를 담당하는 좌뇌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뇌의 특성 상, 여성은 섹스에 가기까지 필요한 수순이 중요하므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관능적인 상상력을 펼쳐나간다.
그래서 여성은 ‘그럼 야한 비디오를 볼까’라는 말로 흥분하는 것이다. 여성을 흥분시키고 싶다면 남성은 관능적이며 달콤한 말을 속삭여야 한다.
△후각=인간의 오감 중 후각은 가장 본능적인 감각이다. 후각 자극은 본능적 행동과 정서적 행동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아라키 유키히코 오감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여성의 호르몬 조절은 외적 요인에 좌우되므로 향기를 쓰는 후각 자극 방법을 사용하면 좋다”고 조언한다.
여성이 긴장을 풀려면, 강한 향이 아니라 약한 자극이 있는 향이 좋다고 한다. 남성보다 후각이 민감해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랑일랑’이라고 불리는 목련목 포포나무과 꽃을 신혼부부 침실에 놓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여성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라벤더나 제라늄, 클라리세이지 등도 좋다.
그렇다면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는 어떤 작용을 할까. 흔히 체취로 이성을 끌리게 한다는 ‘페로몬’이 있는데, 실은 페로몬이 무슨 물질이고 어떤 냄새를 풍기는지 과학적으로 아직까지 해명된 바 없다. 단 페로몬은 ‘땀샘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체취를 좋아하는지는 ‘인체 백혈구 항원(HLA)’이란 면역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사람은 인체 백혈구 항원 타입이 자신과 다른 이에게 끌린다.
남녀를 그룹으로 나눠 각기 수십 명씩 이틀간 같은 티셔츠를 입게 한 후 각각 이성이 입었던 티셔츠 냄새가 좋은지 싫은지 조사한 실험이 있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자신과 닮은 타입의 인체 백혈구 항원을 가진 이성의 냄새일수록 ‘악취’라 답했다. 즉 다른 면역 정보를 가진 이의 냄새가 좋다는 것이다.
아라키 연구원은 “인체 백혈구 항원이 비슷하다면 면역정보도 닮아서 면역력이 약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인간은 무의식 중 자기와 다른 면역정보를 갖고 있는 상대를 골라 강한 저항력을 가진 자손을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미각=식욕, 성욕, 그리고 수면욕이 인간의 3대 욕구다. 식욕과 성욕은 서로 영향을 준다. 뇌 시상하부에 식욕을 관장하는 중추신경과 성욕을 관장하는 중추신경이 가깝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면 밥이 안 넘어가거나 욕구불만일 때 과식하게 되는 것도 이 영향 때문이다.
식후 2시간이 지나면 여성과 남성 모두 가장 섹스하기 쉬운 시간대에 이르는데, 배가 고프면 당연히 성욕보다 식욕이 우선시되고, 너무 배가 부르면 소화를 위해 혈액이 위에 집중하기 때문에 성감을 느끼기 힘들다. 여성의 경우 생리 전에는 평상시보다 여성 호르몬이 줄고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교적 성욕이 높다. 배란 전후 시기도 대표적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분비되기 때문에 여성의 성욕이 높아지는 시기다.
그럼 무슨 음식이 성욕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까. 남녀 모두 아연이 풍부한 황소 간이나 쇠고기를 당근, 오이, 깻잎, 상추, 피망, 부추 등 비타민 A가 풍부한 녹황색 야채와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한다. 아연은 성욕의 원천인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고 비타민 A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가 빠르다. 여성은 혈액의 흐름을 좋게 만들기 위해 특히 비타민 E가 풍부한 아보카도나 호박, 장어를 먹어도 좋다.
△청각=여성은 시각보다 청각 반응에 집중했을 때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쉽고 성감도 좋아진다. 물론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 이는 청각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섹스하고 싶은 기분이 들려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 호르몬의 작용이 필수불가결한데,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이 호르몬 조절이 어렵다. 그래서 따뜻한 말을 건네거나 듣기 좋은 음악을 틀어 분위기 연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섹스에 가장 좋은 음악 장르는 뭘까. 답은 재즈. 재즈를 들으면 나타나는 시타(theta)파에 긴장 이완 효과가 있어 여성이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시타파는 명상 중이거나 스르르 잠이 들 때도 나타나는 뇌파다. 이에 반해 록음악을 들을 때는 베타(beta)파가 나온다. 베타파는 생각하는 도중이나 긴장, 불안 등 정신 활동이 가장 활발할 때 나오는 뇌파다.
△육감=아내나 연인이 보여주는 날카로운 직감 즉 여성의 ‘육감’에 가슴을 쓸어내려본 적 있는 남성이 많을 것이다. 특히 바람기를 잡는 데 여성은 초능력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여성의 육감은 도대체 뭐가 달라서 그런 걸까.
고메야마 기미히로 신경내과의는 “여성은 성욕의 원천인 남성호르몬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에 비해 극히 적다”는 이유를 든다. 그는 “원래 여성은 남성보다 오감이 뛰어나다. 이미 거기서 남성이 당해낼 수 없다”며 “특히 가장 동물적인 감각인 후각이 날카로워 가족과 다른 이의 냄새를 순식간에 알아차린다”고 지적한다.
기억력이 좋다는 점도 여성의 육감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 호르몬의 에스트로겐이 영향을 줘 여자는 남자의 행동 패턴에 관한 단편적인 기억을 무수하게 쌓아놓는다. 그래서 예를 들면 갑자기 말수가 줄어든다든지 귀가 후 자기 방에 바로 들어가 버린다든지 평소와 미묘하게 다른 상태를 좌뇌로 논리적으로 분석한 후 ‘이상하다’고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여성의 뛰어난 오감이 육감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사회적 지각’이라는 여성 특유의 관찰력도 발휘된다. 가만히 관찰하는 데 남성보다 익숙한 여성들은 남성의 말과 행동이나 태도, 목소리의 상태, 눈의 움직임 등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대답 속에서 거짓말을 간파해 낸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그게 다 뇌 탓이오
여자는 남자의 바람기를 잘 잡아내지만, 바람피운 걸 알고 난 후의 대응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하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쪽과 절대로 못 받아들이는 쪽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뇌 중앙 대뇌변연계에 있으면서 좌우 뇌를 연결하는 전교련과 이어지는 ‘편도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의 뇌는 전교련 통로가 넓어 좌우 뇌를 잘 사용할 수 있다. 흔히 여자가 남자보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뇌로 정보가 들어오면 재빨리 반응할 수 있는 뇌 구조 덕분이다.
평소 아무것도 아닌 기억은 뇌 속 ‘해마’ 부분에 들어간 뒤 20초 정도 있다가 지워지는데, 분노와 슬픔을 느끼면 기억이 해마로 가지 않고, 편도체로 들어와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변한다. 바람피운 걸 용서하는 여성은 편도체가 쉽게 자극을 받지 않는 체질로 안 좋은 기억들을 기억의 저편에 깊숙이 넣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봉인하는 것.
플레이보이 타입의 남성이라면 이런 차이를 미리 알아두고 싶겠지만, 한마디로 편도체가 가진 성질은 외견으로 알아보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검지보다 약지가 길면 대물?
여자가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보는 남성의 신체 부분은 어딜까. 근육이 울퉁불퉁한 팔뚝? 잘생긴 얼굴?
답은 손가락이라고 한다. 다케우치 구미코 동물행동학자는 “질 좋은 정자를 획득하기 위해 여성의 유전자 속에 남성의 손가락을 먼저 보도록 이미 계획되어 있는 것”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남성의 손가락은 성기의 상태나 크기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의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되풀이 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혹스(Hox)유전자’가 몸 전체의 말단 부분인 성기와 손의 말단 부분인 손가락을 만든다. 예를 들어 검지 길이보다 약지가 긴 남성은 태아기에 대표적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았던 것으로 생식 능력이 뛰어난 정자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