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바위 보 담합’의 주모자로 지목된 이준호 코치는 <일요신문>에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가위 바위 보’에 참여한 적도 없고, 선수들을 부상당하게 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 다른 코치로부터 담합 제의 전화를 받았고, 이후 커피숍에 모여 여태껏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 이름을 서로 공유한 정도였다. 각서를 쓴 적도 받은 바도 없다. 단지 메달 못 딴 선수와 코치들 이름을 종이에 서로 적은 정도였다.”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둔 선수들의 메달 확보를 위해 코치들끼리 입을 맞추는 관례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선수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메달 순위를 미리 정해놓는 경우가 있던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가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 내가 가르치는 선수는 해당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고, 고2 학생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학 진학에 특혜를 입은 바도 없다. 반면, 오히려 다른 팀 코치들이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선수들의 메달 획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담합을 종용했다.”
이어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덧붙였다. “올해 전국주니어선수권대회 여자 1000m 결승전에서 실제 담합이 있었다. 미리 1,2,3위를 정해놓고 선수들이 일부러 넘어지는 등 속도를 늦춰 정해진 순서대로 들어가더라. 선수 및 관계자들은 담합 사실을 다들 눈치 채고 있었다. 게시판에 여자 1000m결승 관련 동영상이 올라왔다가 다음날 바로 삭제됐다. 국제대회에 나가는 선수 선발전에서 발생한 이런 담합이야말로 더 문제되는 게 아니냐.”
빙상연맹 관계자는 “경찰에서 조사 중인 건 알았지만 관련 코치들이 누군지는 지금 처음 알았다. 경찰 조사 과정을 지켜본 뒤 담합한 코치들 징계 수위를 조절할 것이다”면서 “주니어 선발대회 담합에 대해선 들어본 바 없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당장 조사에 착수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일요신문> 취재 결과 ‘가위 바위 보 담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13명의 코치 중 올해 4월 여제자 성추행 파문으로 한국 빙상계를 떠난 A 코치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기소 이후 재판과정에서 여제자와 합의를 본 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고, 미국으로 건너가 태권도 지도자를 하고 있었다. ‘가위 바위 보 담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한 코치는 “조사를 받고 나올 때 A 코치가 경찰서에 와 있더라. 미국으로 떠났다고 들었는데 조사를 받으러 한국에 온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 ‘짬짜미 담합’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빙상계 관계자는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정수와 곽윤기는 각각 고양과 목동 빙상장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고, 영구 제명 처분을 받은 전재목 코치는 현재 영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며 사건 이후 이들의 근황을 전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