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부연납 외에도 상속세 납부를 지원하는 제도는 몇 가지 더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을 상속인이 승계하면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 원)를 상속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 정의한 중소기업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사용할 수 없다.
2020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피상속자가 생전에 경영권을 승계하도록 돕는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도 있다. 주요 내용은 10년 이상 경영한 60세 이상의 부모가 가업 승계를 목적으로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 증여액에서 5억 원을 공제한 금액의 10%(30억 원 초과분은 20%)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도가 100억 원에 불과해 대기업 총수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9년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할 경우 주식 평가액에 20%(중소기업 10%)를 가산했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50%가 넘으면 30%(중소기업 15%)의 할증이 붙었다. 당시 기재부는 “일반 기업에 비해 경영권 프리미엄이 낮게 평가되는 중소기업의 특성 등을 감안해 중소기업 최대주주 주식에 대해서는 할증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재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실제 대부분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지만 중소기업마저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지난해 12월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50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4.5%가 승계의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부담 우려’를 꼽았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2019년 세법 개정으로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해외 국가에 비해 까다로워 활용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며 “추가적인 요건 완화와 대상 확대가 필요하고, 전반적인 상속세 개선을 통해 우리 기업과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가업의 요건과 공제대상 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한도가 너무 높아 일부 고액 자산가들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