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5월 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문재인 정부 내내 주요 보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이른바 ‘최다 노미네이트’로 유명한 김오수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하다. 최대 과제는 혼란에 빠진 검찰 조직의 안정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권한 충돌에서, 조직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 내 가장 중요했던 과제인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검찰 내 반대 여론을 무마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문재인 정부 5년 차,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 수사 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벌써부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김오수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 시절, 법무부-대검 갈등 당시 이를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고 ‘친정부 성향’을 드러냈다가 검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도 관여돼 있다. 피신고인 신분으로 서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멀어진 검찰 추스르며 개혁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김 전 차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오수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대동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뒤, 특수와 형사 모두 두루 경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017년 7월 고검장으로 승진했고, 2018년 6월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모두 보필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브리핑 자리에서 “김 후보자는 법무·검찰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주요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해 왔다. 국민의 인권 보호와 검찰개혁에도 앞장서 왔다”며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한편, 국민들이 바라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선 기용 배경을 묻는 질문에 “김 후보자는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4명 중 한 사람이었고 그 이후에도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민권익위원장 후보 등으로 거론된 ‘최다 노미네이션 후보’”라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췄다는 방증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권한 충돌에서, 조직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동시에 박범계 장관과 함께 문재인 정부 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진욱 공수처 처장. 사진=박은숙 기자
#리더십 확보 제한될 수도
검찰개혁과 검찰 안정이라는, 다소 충돌하는 두 과제를 모두 달성해 내야 하는 김오수 후보자를 두고 당장 검찰 내에서는 사법연수원 23기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김 전 차관이 위 기수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20기라는 기수도 검찰에서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18기 문무일 전 총장에서 23기 윤 전 총장으로 갔다가 20기로 다시 역전됐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18기에서 23기 뛴 게 파격적인 인선”이라고 설명했지만, 김오수 후보자가 총장으로 취임할 경우 인사를 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검찰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구본선 고검장을 포함, 당장 고검장들이 배치된 사법연수원 23기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규모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통상 고검장 기수에서 총장이 나오면 동기들은 검찰을 떠나는 것이 관례였으나 3기수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검장들이 그대로 남으면 인사 요인이 줄어 신규 검사장 발탁 등이 제한된다. 함께 총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4기)를 비롯해 검사장들이 포진한 사법연수원 24기와 25기도 ‘20기’인 김오수 체제 안에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이 낮다. 그럴 경우, 김오수 후보자가 ‘물갈이’를 통한 리더십 확보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오수 후보자가 낙점되면서 21기와 22기는 텅 비어버리고, 총장 경쟁군이었던 23기부터 고검장으로 남아있는 특이한 구조로 검찰이 구성되게 됐다”며 “총장 경쟁군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인사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김오수 후보자가 총장이 됐을 때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김오수 사람’을 추려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승진 발탁을 통한 ‘내 사람 중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만만치 않은 내부 분위기
여기에 더해, 내홍에 빠진 검찰 조직이 김오수 후보자를 1순위로 원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검찰이 현 정부를 비롯, 법무부와 불편한 관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취임 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시점부터였다. 급기야 지난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를 겪으며 최악의 갈등으로 치달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오수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으로 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검사들에게 ‘친정권 정치검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는 합리적이고 상하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현 정부 들어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박상기, 조국, 추미애 전 장관을 내리 보좌했다. 특히 차관 시절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갈등을 빚을 때 이를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고 정부 편에 섰다는 이유로 검찰 내에서 이른바 ‘법무부 5적’ 가운데 1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차관 재직 시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두고선 대검찰청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제안했다가 검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김오수 후보자는 5월 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만난 취재진에게 “무엇보다 조직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감사원 감사위원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고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도 고려할 만큼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해 의심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구본선 고검장 등을 포함한 4명의 최종 후보 가운데 김오수 전 차관이 검사들의 지지를 가장 못 받는 편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하기도 했는데, 올해 들어 여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내세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도 이런 분위기를 인지, 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만난 취재진에게 “무엇보다 조직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검사들의 시선은 여전히 물음표다. 앞선 관계자는 실제 “검사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중수청 같은 이슈가 다시 불거졌을 때, 검사들의 역할과 검찰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여권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얼마나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 ‘직’을 걸고 싸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 시점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여가 남아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레임덕 시즌이다. 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와 여권도 만족하면서 동시에 검사들 대다수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각종 권력 수사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등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에 대한 김오수 후보자의 입장이나 수사 지휘 등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김오수 후보자조차도, 법무부 차관 시절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때 피신고인 신분으로 수원지검의 서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인 사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김 후보자에 대해 검찰 내 곱지 못한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오수 후보자가 과거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을 중심으로 ‘검사들 설득’ 및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관측되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와 가까운 검찰 관계자는 “김 후보자도 이런 검찰 내 분위기를 충분히 알고 있고, 검찰 내에서 김 후보자가 믿고 잘 아는 검사들도 여전히 많이 있어 이들을 통해 검사들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검찰개혁 완수 및 조직 추스르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5월 말 즈음, 총장에 정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간부 인사는 6월 초 단행될 전망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들의 시선에서 김오수 후보자는 임기 1년짜리, 문재인 정부 임기와 함께 물러나야 할 수도 있는 ‘애매한 검찰총장’으로 비칠 것”이라며 “김오수 후보자는 빠른 시일 내에 검사들의 지지도 받아야 하고, 검찰의 독립성도 입증해야 한다. 쉽지 않은 미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