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자살, 살해 사건 등 다양한 이유로 시신이 장기간 방치되면 그 방은 처참한 상태가 된다. 그것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이른바 ‘사건현장 청소부’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최근 일본 매체 ‘데일리신초’는 사건현장 청소부 다카에스 아쓰시(49)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며 현대사회를 비추는 직업”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사건현장 재생 전문가 다카에스 씨. 그가 운영하는 사건현장청소회사 홈페이지 캡처.
다카에스 씨는 2003년부터 특수 청소업에 종사해오고 있다. 유족이나 집주인 등의 의뢰를 받아 지금까지 3000건 이상 사건현장 청소를 도맡았다. ‘데일리신초’가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에 대해 묻자, 다카에스 씨는 초창기 일화를 들려줬다.
어느 날, 오래된 다세대주택의 집주인으로부터 청소와 소독을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각 방마다 벽장이 있는 구조인데, 탁아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방은 청소가 필요 없을 만큼 깔끔했다. 벽장을 열어보니 천장 부분에 또 다른 ‘벽장(天袋)’이 설치돼 있었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여기에 깊숙이 수납했나 보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웬일인지 집주인은 “천장벽장을 정성껏 소독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의아해하며 벽장을 열어본 순간, 강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집주인은 “이 방에서 사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벽장 안에서 부패가 심한 영아 사체 10구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러했다. 탁아소에서 보모로 일하던 여성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차례차례 살해한 뒤 담요로 감싸고 또 다시 비닐로 감싸 자택에 유기했다. 그런데 “갈수록 부패 냄새가 심해져 사체를 탁아소의 천장벽장으로 옮겼다”는 설명이다. 사체는 사건이 터지기 3년 전부터 길게는 20년 전에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비닐에 두 겹, 세 겹으로 싸여 있어 체액이 배어 나오진 않았으나 대부분 미라로 변해 있었다.
집주인에 의하면 “탁아소에서 일하는 다른 보모가 천장벽장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비닐봉투를 발견,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발각됐다”고 한다. 다카에스 씨는 “당시 일을 막 시작했던 터라 사명감 같은 것이 없었다”면서 “솔직히 꺼림칙한 방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참으로 한심한 일처리였다”고 회상했다.
다카에스 씨는 2020년 ‘사건현장청소부’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원래 “다카에스 씨의 꿈은 요리사였다”고 한다. 1989년 도쿄로 상경한 그는 도내 호텔에서 요리보조사로 근무했다. 언젠가 자신의 가게를 차려 큰돈을 벌고 싶었다. 하루빨리 개업 자금을 모으고자, 휴일에도 청소대행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청소업에 관심이 생겼다. 더욱이 ‘1000만 원 정도면 관련 회사를 창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95년 여름, 다카에스 씨는 직접 청소대행 회사를 차렸다. 몇 년간 순조롭게 실적을 늘려나갔지만, 점차 경영이 악화돼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잘된다고 성급하게 회사 규모를 확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매달 갚아야 할 대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던 중 “아무도 맡아주지 않는 특수 청소 일이 있다”며 장의업체로부터 의뢰가 들어왔다.
의뢰 장소에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강렬한 냄새, 사취였다. “사후 2개월이 지나서야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음독자살 현장이었다. 사망자는 IT 관련 개인사업자. “자살 원인은 이혼으로, 부인이 집을 나간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시신이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방안은 지독한 악취를 풍겼다. 진공청소기로 바닥에 뒹구는 구더기 더미를 치우고, 검붉게 굳은 때를 긁어내듯 닦아냈다. 치밀어 오르는 메스꺼움을 참을 수 없어 주방에서 엉겁결에 구토를 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분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후에도 사건현장 일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의뢰가 들어왔다. 그가 수락한 이유는 단 하나.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다카에스 씨의 마음을 크게 흔드는 만남이 찾아온다. 현장은 2층짜리 다세대주택으로 사망자는 세들어 살던 20대 남성. 도착해보니 이미 고인의 짐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현관 앞에는 초로의 여성이 풀죽은 눈으로 주저앉아, 짐을 옮기는 업자에게 연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사죄하고 있었다. 고인의 어머니였다.
방을 둘러보자 사망자의 체액이 남아 있지 않았다. 순간, 이 여성이 모두 닦아낸 것임을 짐작했다. 상황을 보러온 집주인은 서슬이 시퍼런 얼굴로 여성을 꾸짖었다.
“어떡할 거냐. 악취가 아랫집까지 배었다. 리모델링까지 해서 입주하기로 했는데 네 아들 때문에 계약이 해지됐다. 재수 없게 하필 내 집에서….” 폭언을 듣고 있던 여성은 두 손을 바닥에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 숙여 눈물만 떨구었다.
2011년 TBS 방송에 소개된 다카에스 씨. 냄새가 남아 있지 않은지 코를 대고 확인하고 있다.
문득 다카에스 씨 머릿속에 자살한 아들의 방을 닦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악취 속에서 그는 어떤 마음으로 아들의 일부를 닦았을까. 처음으로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됐다. 슬픔과 분노, 허탈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시신에서 쏟아진 체액이 아래층까지 스며들면 냄새를 잡을 수 없다. 일반 청소로는 악취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생활하기가 어렵다.
다카에스 씨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특수청소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오염 부분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을까, 탈취효과가 뛰어난 반면 인체에 무해한 살균제를 만드는 방법 등을 고심했다. 그 과정에서 ‘잔유물을 남기지 않는 이산화염소가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3000건 이상 현장에서 구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 그는 ‘사고현장 재생 전문가’로 불린다. 특수청소를 마치고 난 후, 그가 바닥에 코를 대고 확인을 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혹여 사취가 남아 있진 않은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다. 납득이 안 되면 몇 번이고 다시 청소를 한다.
다카에스 씨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향후 아동양호시설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건현장에서 종종 아이들을 접한다. 그는 “부모를 잃고 감정까지 잃은 듯한 아이의 표정을 보면 복잡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의 불행으로 번 돈이 아닌가. 보다 가치 있게 쓸 곳을 계속 모색해왔다. 그리고 내가 찾은 답은 ‘아동양호시설을 운영해보자’는 것이다.” 현재 그의 꿈 실현은 차곡차곡 진행 중이라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