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네 번째)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진단 대한민국 부동산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젊은층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주택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의 기조를 크게 바꾸는 데 대한 부담이 큰 만큼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재보궐 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로 미뤘던 무주택자 및 1주택자 주택구입 규제 완화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5월 3일 한국부동산원 조사를 보면 지난 4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0.35% 올랐다. 전월(0.38%)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0.17%→0.26%→0.40%→0.51%’로 4개월 연속 상승폭이 커졌는데, 두 달 연속 상승폭이 줄어든 셈이다.
수도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월 1.17% 상승률을 기록하며 12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는데, 3월(0.96%)에 이어 4월에도 0.91% 상승에 그치며 오름폭이 줄었다. 경기가 1.28%에서 1.17%로 상승폭이 둔화된 탓이다. 인천은 1.31%에서 1.47%로 더 높아졌다. GTX B노선이 지나는 연수구(3.67%)와 서구(1.87%) 중심으로 올랐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와 2·4 대책 영향 등으로 관망세가 늘어났다는 것이 한국부동산원의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은 규제 완화 기대감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위주로, 경기와 인천은 교통 개선 기대감 있는 서울 인접 지역이나 중저가 주택 위주로 오르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2일 당선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직후 부동산 대책 보완과 관련해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집값이 상승한다고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평생 전세방, 월세방에 살라고 말할 순 없다”며 “집값 상승 부분은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등에 대한 LTV, DTI(총부채상환비율)를 90%까지 완화하자고 공약했다. 종부세도 노년 공제, 보유공제 비율을 조정해서 1가구 1주택자 공제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을 시사했다. 공시가 현실화 속도도 집값이 오르면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4월 29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서민·실수요자 우대 혜택 요건이 되는 연 소득과 주택 가격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조만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부부합산 연 소득은 현재 8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주택 가격 요건은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LTV·DTI 허용 비율도 현재보다 최소 10%포인트 늘리고, 적용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 지명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로 발표 시기를 조절했다는 풀이가 우세하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 새 지도부에 일종의 ‘선물’을 남겨 놓은 셈이다.
국토부가 보유세 부담 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노형욱 후보자는 최근 청문회에서 “세제를 포함한 국민 부담 부분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재산세 관련된 내용도 관련 부처와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민주당이 주택 구입 규제 완화책을 펼친다면 주춤했던 집값 상승세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한국은행의 ‘4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1년 후 집값에 대한 의견을 묻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22로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지면서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100을 크게 웃돈다.
6월 1일부터는 2년 미만 보유주택과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인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내놓으면서 적용 시점은 11개월 뒤로 유예했다. 다주택자에게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5.36% 올라 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세 부담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자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증여로 대응했다. 특히 지난해 전국 아파트 증여는 9만 1866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많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