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의 횡령·배임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최근 태국법인 ‘타이이스타젯’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이스타항공 체크인 카운터.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의혹 핵심 ‘타이이스타젯’
이스타항공은 그간 “해외 자회사 혹은 합작회사가 아니다”라며 타이이스타젯과 관계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공시만 봐도 양사의 특별한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 B737-800 1대를 임차한 것에 대해 3100만 달러(약 378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했으며 이에 대한 이자조차 받지 않았다.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3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을 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국민의힘 ‘이스타항공 비리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곽 의원은 지난해 9월 이상직 의원을 고발했다. 곽 의원은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에 석연찮은 지원과 투자를 한 사실을 지적하며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려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도 지난 4일 이사장 의원과 그의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 김유상 현 이스타항공 대표,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노조는 고발장을 통해 “이스타항공은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 원의 외상채권을 설정할 이유가 없음에도 외상채권이 있는 것처럼 기재해 이스타젯에어서비스가 이 돈을 사용하도록 한 뒤, 갚지 않는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스타항공이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대해 가진 외상매출금 약 71억 원을 이용해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타이이스타젯은 2017년 이스타항공 태국 현지 총판과 현지 기업 타이캐피털의 합작으로 설립된 회사다. 자본금 약 2억 바트(약 72억 원)로 설립된 이 회사는 이스타항공의 사명과 기업 로고 등을 함께 사용했다. 더욱이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 운영 지원에 직원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조종사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리스한 비행기를 리스사로부터 방콕까지 운송하는 비행지원을 했고, 이스타항공 승무원이 타이이스타젯 승무원에게 교육 등을 실시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는 이스타항공 태국 총판 대리점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의 대표이자 태국 현지 총판을 맡고 있는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의 등기임원(이사)이다. 일요신문은 2020년 4월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의 등기를 통해 박 대표가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의 유일한 등기임원 이사와 동일 인물인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최근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 회생채권자 목록에서 이스타젯에어서비스의 대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는 2013년 12월 자본금 3000만 원 규모로 설립됐다. 등기에는 사업목적을 ‘이스타항공의 태국 총 판매대리점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와 계약을 맺고, 이스타젯에어서비스를 대신해 항공권 판매를 위한 보증금 5억 원을 이스타항공에 지불함과 계약이 만료될 시 이스타항공 주식회사로부터 환불 받음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스타항공 채권목록에는 이스타젯에어서비스와 아이엠에스씨가 채권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제공
#이스타항공 회생과정서 타이이스타젯 실체 드러나나
이스타젯에어서비스는 이스타항공 채권자 목록에 제주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채권내용으로는 65억 원의 일반대여금채권(전환사채)과 5억 원가량의 상거래채권이 명시됐다. 상거래채권의 경우 앞서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가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지불했던 보증금 5억 원이다.
이스타젯에어서비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전환사채 65억 원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던 2019년 12월 18일 발행된 채권이다.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에 단기차입금 100억 원을 지원하고 받은 전환사채다.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어야 할 이스타항공 전환사채가 이스타젯에어서비스와 아이엠에스씨에 각각 65억 원, 35억 원씩 옮겨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아이엠에스씨는 이스타홀딩스 등장 전인 2014년 이스타항공 지분 5.4%를 보유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린 회사다. 아이엠에스씨 등기부에 대표이사로 명시된 박 아무개 씨는 이스타항공 재무실장으로 2017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이스타항공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이와 관련, 박이삼 이스타항공 노조위원장은 “이스타홀딩스는 당시 매각 주체였던 만큼 제주항공 M&A 이후 빠져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 의원 일가가 향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채권을 임의 이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 2월 5일 이스타항공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공고하며 관리인으로 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와 정재섭 구조조정전문가를 선임했다. 법원이 선정한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은 오너리스크를 제거하고, 인수 의향을 보이는 기업들과 논의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30일 예정됐던 공개입찰은 연기됐지만, 이스타항공은 먼저 인수의향자 가운데 수의계약자를 선정 후 입찰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4월 7일 공개된 ‘관리인보고서 요지 송부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채권신고기간 신고된 4997억 원의 회생채권 가운데 1145억 원은 시인, 3852억 원을 부인했다. 이스타항공이 부인한 채권에는 이스타홀딩스에서 이스타젯에어서비스와 아이엠에스씨에 이전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억 원의 전환사채를 비롯해 이스타홀딩스 등 이상직 의원과 관계된 이스타항공 특수관계인의 채권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안팎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매각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상직 의원 측근으로 분류된 김유상 대표가 물러나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가 향후 이 의원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불분명한 자본으로 투자를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박이상 노조위원장은 “김 대표가 정재섭 관리인에게 권한을 일임하겠다고 해놓고 전북 S 사, J 사 등과 투자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며 “법원이 이를 인지하고 있어 김 대표가 공동관리인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