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과 김서형은 tvN 드라마 ‘마인’의 투톱 주연으로 나선다. 극의 주요 배경인 대기업 효원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며느리 역할을 나란히 맡았다. 수애도 올해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촬영이 한창인 JTBC 드라마 ‘공작도시’에서 대기업 성진그룹의 며느리이자, 재벌가 문화재단 미술관을 운영하는 안주인 역할을 소화한다. 실제로는 뉴스를 통해 마주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만 접하는 재벌가의 내밀한 이야기가 이들 배우를 통해 극적인 이야기로 완성된다.
연기 경력이 20여 년에 이른 이보영과 김서형이 처음 호흡을 맞추는 ‘마인’은 각자의 방으로 욕망을 채워가는 재벌가 며느리들의 이야기다. 사진=tvN 드라마 ‘마인’ 메이킹필름 캡처
#이보영 vs 김서형…‘색다른’ 재벌가 며느리
연기 경력이 20여 년에 이른 이보영과 김서형이 처음 호흡을 맞추는 ‘마인’은 각자의 방으로 욕망을 채워가는 재벌가 며느리들의 이야기다. 극의 주요 배경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집이다. 일반인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정작 재벌가 안에서는 온갖 갑질과 비밀이 난무하다.
특히 ‘마인’ 제작진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 등 실제로 일어난 재벌가 갑질 논란을 연상케 하는 몇몇 에피소드를 이야기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현실성을 높일 계획이다. 2017년 김희선과 김선아가 주연한 화제의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실제 한 중견 기업에서 벌어진 사건을 빗댄 소재로 리얼리티를 더한 백미경 작가의 신작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 이보영은 효원그룹의 둘째 며느리이자 극을 이끄는 주인공 서희수 역을 맡았다. 연예인으로 활동하다가 그룹 후계자인 남편(이현욱 분)과 행복한 가정을 꾸린 아내이자, 지혜와 포용으로 재벌가 안살림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김서형은 상류층을 상징하는 첫째 며느리이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그룹의 장남(박혁권 분)을 남편으로 둔 장서현을 연기한다. 출신도, 성향도, 지향도 다른 두 명의 며느리가 재벌가에서 겪는 사건 사고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맞서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이보영과 김서형은 작품 선택에 누구보다 까다롭고, 그만큼 출연작의 흥행 타율도 높다. ‘시청률 퀸’으로 불리는 배우들답게 그간 드라마에서 흔하게 봐 왔던 재벌가 캐릭터는 거부한다. 후계자 전쟁에 뛰어들어 술수를 부리거나, 손에 쥔 돈과 권력을 휘두르는 전형적인 모습과도 거리를 둔다. 재벌가에 입성한 며느리로서 묘한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비슷한 처지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연대’하는 이야기로 극을 이끌 예정이다.
이런 설정의 영향인지 두 배우는 첫 번째 호흡이지만 서로를 향한 남다른 신뢰도 쌓아가고 있다. 이보영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김서형 언니가 있어서 든든하다”며 “드라마 속 상황처럼 실제로 현장에서도 언니를 따르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서형 역시 “(이)보영 씨는 첫인상부터 발랄하고 친근했다”며 “서로 편하게 (극 중 설정처럼) ‘형님’, ‘동서’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캐릭터가 내뱉는 들숨과 날숨의 향연과 그들만이 사는 세상인 효원그룹 가(家)의 다채로운 면면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수애가 주연한 드라마 ‘공작도시’는 대한민국 정계와 재계를 쥐고 흔드는 대기업 성진그룹과 그 그룹이 운영하는 미술관이 주된 배경이다. 사진=영화 ‘상류사회’ 홍보 스틸 컷
#5년 만의 안방 복귀 수애…욕망을 실현하려는 재벌 며느리
수애가 주연한 드라마 ‘공작도시’는 대한민국 정계와 재계를 쥐고 흔드는 대기업 성진그룹과 그 그룹이 운영하는 미술관이 주된 배경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내세워 대기업과 문화재단, 미술관, 정계로 이어지는 재벌가의 검은 커넥션을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작품이다.
극의 중심인 수애는 대기업 둘째 며느리이자, 그룹의 문화재단과 미술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윤재희 역을 맡았다. ‘가난은 사랑을 좀먹는다’고 믿는 인물로 오랜 연인을 배신하고 재벌가의 둘째 아들이자 혼외자인 남편(김강우 분)과 정략결혼을 시도한다. 이후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차기 검찰총장과 손잡는 것도 서슴지 않으면서 시댁인 재벌가까지 손에 넣으려는 욕망의 화신이다.
이보영과 김서형, 수애는 재벌가 며느리라는 공통된 역할을 맡지만 부와 명예를 쥔 권력자들에 순종하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나간다. ‘마인’ 제작진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마인’ 극본을 쓰는 백미경 작가는 “각각의 캐릭터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드라마”라고 짚었다. 수애의 ‘공작도시’ 역시 재벌가와 대선, 검찰이 얽힌 커넥션을 다루면서도 굳이 ‘재벌가 며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실도 기존 재벌가 이야기와 선을 긋는 확실한 차별화 선언이다.
동시에 이들은 흥미로운 볼거리도 제공한다. 상류층 며느리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하는 ‘상위 1% 패션’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특히 이보영과 김서형은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를 소화해왔지만 재벌가로 상징되는 상류층 캐릭터가 처음인 만큼 어느 때보다 패션 등 스타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가에서는 재벌가의 이야기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재벌가 설정은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으로 각광 받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소재로 확장되면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자녀와 교육 이야기를 접목해 시청률 30%를 돌파한 화제작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성공도 불을 지폈다. 현재 ‘마인’과 ‘공작도시’ 외에도 조여정과 김지수가 촬영 중인 tvN ‘하이클래스’, 인기 웹소설이 원작인 ‘재벌집 막내아들’ 등 드라마도 베일에 가려진 상류층의 이야기로 시청자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