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이 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윤석헌 금감원장은 7일 이임식을 끝으로 금감원을 떠난다. 윤 원장은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이 중도 하차하자 지난 2018년 5월 8일 취임했다. 임기 3년을 모두 채운 몇 안 되는 금감원장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13명의 금감원장 가운데 임기를 모두 채운 인물은 윤증현·김종창 전 원장 2명이었다.
윤 원장은 취임 후 키코·사모펀드 사태 속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원장 임기 중 금감원은 라임 펀드 일부와 옵티머스 펀드의 100% 원금 반환 결정을 내렸는데,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손실과 관련한 전액 배상을 결정한 건 사상 처음이다. 그밖에 사후 정산을 통한 손실 미확정 펀드 분쟁조정 등 다양한 방식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사고 예방,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가 아닌 금융사에 대한 사후 규제·제재에만 주력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 부실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면서 금융권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금융사와 법적 공방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 원장의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금감원장 거취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했고 윤 원장 연임설부터 후임 인선들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임기 마지막날까지도 후임은 선임되지 않았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금융위는 윤 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 4월 28일 정례회의에서 금감원장 인사 관련 안건을 논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분간 김근익 수석부원장이 원장의 업무를 대행한다. 전임 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인해 수석부원장이 원장 직무를 대행한 사례는 있지만, 임기만료에 따른 대행 체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기 원장은 국무총리 임명에 이은 경제라인 재정비와 맞물려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청문회가 진행 중인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선출되면 이후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의 교체가 먼저 단행돼야 금감원장직에 대한 인물 선별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차기 원장 후보로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와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차기 금융위원장 혹은 국무조정실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간 출신으로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정재욱 전 KDB 생명 사장 등도 거론된다.
김근익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의 장기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아 인선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선임됐던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의를 표명했고 진웅섭 전 금감원장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감원장직을 내려놨다. 사실상 ‘1년 임기’의 금감원장직을 맡고 싶어하는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