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반려동물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반려동물 호텔’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반려동물 판매 가게를 바라보는 시민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4월 29일 중국 교통운수부가 발표한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이번 노동절을 맞아 전국 여행객 수는 2억 6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행 열기 못지않게 더욱 뜨거웠던 것은 반려동물 호텔 구하기였다. 노동절을 앞두고 ‘반려동물 맡기기’ 연관 검색어는 60% 이상 증가했고, 하루 종일 인기 순위에 올랐다.
고양이 호텔을 운영하는 양 씨는 4월 30일 “휴일에 여행 계획을 갖고 있는 반려동물 주인들이 며칠 전부터 크게 늘었다”면서 “사람이 몰릴 것을 걱정해 일찌감치 반려동물을 맡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20대 여성 리리는 “4개월 전 입양한 고양이를 호텔에 보내기 위해 보름 전부터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애완용 토끼 호텔을 운영하는 창 씨는 연휴 때가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고양이나 개에 비해 덜 대중적이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다. 그래서 휴일에 손님이 몰린다”면서 “올해 노동절 주문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고치”라고 했다. 창 씨는 노동절을 맞아 투숙(?)하는 토끼를 위해 새로운 집을 마련했다. 토끼가 하루 지내는 데 들어가는 돈은 집 형태에 따라 30~80위안(5000~1만 4000원)선이다.
상하이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왕 씨는 부업으로 반려동물 ‘민박’을 운영한다. 왕 씨는 “일반적인 반려동물 호텔은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가정식 민박에서는 반려동물들이 평소처럼 생활이 가능하다. 비교적 자유롭고, 또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왕 씨의 민박집엔 반려동물용 살균 스프레이, 털 건조기, 자외선 살균램프 등이 구비돼 있다. 왕 씨는 반려동물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 주인들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로 인해 ‘단골’이 많다고 자랑했다. 왕 씨는 “최근엔 오디오 장비를 구매해 설치했다. 이를 통해 주인들은 24시간 원할 때 자신의 반려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 앱을 통해 숙박시설을 예약하는 것이랑 똑같다. 반려동물 주인들은 거리, 가격, 평점, 리뷰 등을 살펴보고 숙박시설을 결정한다. 낯선 곳에 가기 꺼려하는 민감한 반려동물의 경우 가정을 방문해 돌보기도 한다. 모든 반려동물의 백신 접종증명서를 확인하기 때문에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없다.”
왕 씨 민박집의 하루 숙박비는 고양이의 경우 60위안(1만 원), 개는 150위안(2만 6000원)이다. 명절이나 연휴엔 가격이 올라간다. 고양이는 하루 150위안, 개는 400위안(7만 원)가량이다. 왕 씨는 노동절과 같은 연휴엔 보통 3만~5만 위안(520만~868만 원)을 번다고 했다. 일반 회사의 월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연휴에 벌어들이는 셈이다.
이처럼 반려동물 호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하루 숙박비도 올라가는 추세다. 베이징 외곽 지역에서 고양이를 맡기는 데 필요한 돈은 대략 80위안(1만 4000원)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싼 호텔은 시설이 좋지 않아 인기가 많지 않다. 요즘 베이징에서 ‘고양이 호텔’의 시세는 300위안(5만 2000원)이다.
이번 노동절 연휴 때도 반려동물 호텔 가격은 치솟았지만 이마저도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보통 개 호텔은 기간과 형태 등에 따르지만 1박에 288위안(5만 원)부터 시작했다. 고양이는 258위안(4만 5000원)이었다. 가격이 비싼 방일수록 경쟁이 더 치열했다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개와 고양이는 전년에 비해 84만 마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6000억 위안(104조 원)가량에 달한다. 포화상태로 평가받는 반려호텔 사업의 전망이 밝은 이유다. 앞서의 리리는 “유명한 호텔을 예약하는 것보다 반려호텔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일이 됐다”고 했다.
고양이 호텔을 운영하는 양 씨는 “지금 반려동물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갈수록 세분화하고 전문화될 것”이라면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주인들이 자신의 반려동물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을 한 뒤 맡겨야 한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은 갑자기 낯선 곳에 놓이면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에게 잘 설명하고 ‘곧 데리러 올 거야’와 같은 말로 안심시켜야 한다. 반려동물은 이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