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비주의는 중국계 뉴질랜드인 딩훙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딩훙은 평소 메고 다니는 배낭이 유일한 살림살이다. 배낭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게 다 들어있다. 그는 독립을 선언한 뒤 6년 동안 집을 얻지 않았다. 잠은 회사에서 잔다. 끼니는 회사 식당에서 남은 밥으로 해결한다. 목욕은 헬스장에서 간단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드는 한 달 생활비는 500위안(8만 6000원)을 넘지 않는다.
기성세대들은 딩훙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지나치게 인색하면 사람을 잃는다’라는 충고도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생 일부는 딩훙에게 열광했다. 20대 여성 차오상도 그중 한 명이었다. 차오상은 주변에 비소비주의를 선언했다. 그리고 돈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차오상은 이내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돈을 쓰지 않을까’라는 조바심을 떨쳐 버려야 한다는 것을. 차오상은 비소비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차오상은 음식부터 줄이기로 했다. 냉장고를 열어봤더니 곡물가루, 음료수 캔, 과자, 고기, 견과류 등이 꽉 차 있었다. 수납장엔 라면이 쌓여 있었다. 이를 다 먹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음식이 필요한 사람과 물물교환을 하기로 했다. 처리가 힘든 음식들은 과감히 버렸다.
차오상은 아침에 일어나 잡곡 죽을 먹고 출근했다. 점심때는 동료들이 모두 식사를 하러 간 사이 혼자 남아 집에서 가지고 온 두유 한 잔과 사과를 먹었다. 차오상은 동료들에게 비소비주의를 한다고 미리 선언했다. 자칫,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동료들은 차오상을 이해해줬고, 물물교환에 응하기도 했다.
20대인 조상도 비소비주의자로 유명하다. 그는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엔 요가 책 두 권을 계란 두 알과 바꾸는데 성공했다. 평소 알고 지내는 가게의 주인에게는 매일 남는 채소와 과일을 달라고 부탁했다. 조상은 아버지가 쓰던 낡은 도시락 통을 재활용해, 여기에 으깬 감자를 싸고 다니면서 식사를 해결했다.
조상은 음식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비소비를 중시한다. 최근엔 가지고 있던 옷 200벌을 기부했다. 그리고 수십 일 동안 운동복을 입고 다녔다. 도저히 참기 힘들 정도로 더러워졌다고 판단될 때 세탁을 했다. 머리는 뒤로 묶고 길어지면 거울을 보고 스스로 잘랐다. 혼자 자르기 어려운 부분은 동생의 도움을 받았다.
조상의 집은 갈수록 넓어졌다. 소파를 치우고, 그 자리엔 방석을 놨다. 침대는 있지만 매트리스와 침대보는 버렸다. 침대와 담요뿐이다. 조상은 매일 아침 일어나 침대를 여러 번 접어 캐비닛 안에 둔다. 부엌엔 식탁과 의자만 있다.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불은 잘 켜지 않는다.
20대의 왕 씨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비데를 활용한다. 샴푸는 필요 없다. 흑설탕 등 머리를 씻을 수 있는 가루는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을 보고 천연 비누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코코넛 오일과 베이킹 소다로 치약도 만들어 봤지만, 실패했다. 치약은 어쩔 수 없이 사서 쓰고 있다.
왕 씨는 출근할 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간다. 어쩔 수 없을 때에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가 4월에 채소와 과일을 사는 데 쓴 돈은 20위안(3400원)이었다. 생활비로는 총 2880위안(50만 원)을 썼는데, 이 중 치과 치료비가 2000위안(34만 원)을 차지했다. 실제 생활하는 데 드는 돈은 880위안(15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처럼 인터넷상엔 비소비주의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는데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극단의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어떤 여성은 돈을 아끼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았고, 결국 영양실조 판정을 받았다. 또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도 많았다.
앞서의 조상도 “요즘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새벽에 자기 일쑤다.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소비주의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라면서 “무엇보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할 것 같다. 돈이라는 것은 써야 할 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조상은 그동안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비소비주의 영상 등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