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 씨 사건이 다른 실종사건보다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블로거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손 씨의 아버지는 네이버에서 세계여행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800개 이상의 글을 올려왔다. SNS 내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이웃’의 수는 5100여 명이다. 그가 4월 28일 ‘아들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곳도 블로그였고 SNS와 온라인을 통해 안타까운 실종 소식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로 아버지인 손현 씨의 온라인 내 영향력과 적극적인 소통, 그리고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어 사건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뉴스1’ 인터뷰에서 “내가 손 씨였을 수도, 혹은 내 아들, 내 조카, 내 형이 손 씨였을 수도 있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란 점이 와 닿은 것”이라며 “특히 아버지가 직접 (사건 관련) 정보를 말하면서 공감을 자아냈다”고 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아버지가 직접 글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다 보니 한 가족의 속사정과 이야기, 안타까움이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렇게 의대생 아들을 갑자기 잃은 가족의 이야기인 터라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관심이 유난히 높았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보다 각종 맘카페에서 관련 얘기가 더 많은 언급되고 있다.
반면 경찰이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수사 경위나 상황 등을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대중의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사건 경위에 관한 추측이 아버지에게서 나오는 점이 공감을 일으켰다”면서도 “정부가 피의사실 공표를 민감하게 다루기 때문에 경찰은 수사 부진 비판을 받으면서도 결과를 섣불리 밝힐 수 없어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손 씨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데 반해, 제기된 의혹은 많아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는 점도 여론의 이목을 끈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언론이나 대중 입을 통해 나왔으며, 수사 기관을 통해 밝혀진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정식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자연사인지 사고사인지 등 객관적인 사실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은 아직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내사 단계”라고 말했다.
문제는 쏠린 관심만큼 가짜뉴스가 널리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4일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가짜뉴스나 추측성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경찰수사사건공보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추측성 보도가 사건 관계인의 인권침해, 수사에 지장을 주면 이를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한편 경찰은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은 5월 6일 “시간대에 한강공원 출입차량 133대를 특정하고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 중”이며 “현장 주변에서 54대의 CCTV 영상을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많은 분이 관심 갖는 사안인 만큼 모든 가능성에 대해 다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