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주로 생리 주기에 변화가 생겨 부정출혈이 발생하거나 출혈량이 평소와 달라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8일 뒤인 29일에 나타났다. 생리 예정일이 아닌데 하혈이 발생한 것. A 씨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예정일이 아닐 때 하혈하기도 해서 ‘많이 이른 생리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생리라면 하루 이틀 출혈이 시작되고 양이 점차 증가해야 하는데, 5일째 계속 적은 양이 하혈되고 있어서 백신 부작용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니 백신 부작용으로 생리불순이나 하혈이 있을 수 있다는 글이 꽤 보였다”고 덧붙였다.
A 씨 경우처럼 AZ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주로 생리 주기에 변화가 생겨 부정출혈이 발생하거나 출혈량이 평소와 달라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AZ 백신 접종과 생리불순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4월 27일 회원 수 17만 명이 넘는 한 맘카페에서는 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겨 몸에 멍이 올라오고 하혈이 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하혈이 안 멈춰서 지혈제를 맞고 있다. 15일째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AZ 백신을 접종한 뒤 같은 병동의 간호사 3명이 모두 하혈했다는 사연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SNS를 통해 여성들이 생리불순과 부정출혈 등의 경험을 공유하자 관련 설문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일리노이대학교 인류학부의 캐서린 클랜시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 및 출혈과 관련된 여성들의 증상을 조사하고 있다. 연구진은 “설문조사만으로 둘 사이의 인과성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경향을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SNS를 통해 여성들이 생리불순과 부정출혈 등의 경험을 공유하자 관련 설문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일리노이대학교 인류학부의 캐서린 클랜시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 및 출혈과 관련된 여성들의 증상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캐서린 클랜시 교수 트위터
코로나19 백신과 생리불순 사이의 인과성을 파악하기 위해선 관련 데이터가 필요하다. 송록 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성의 출혈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과 생리불순, 부정출혈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데이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혈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여겨지면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 후 여성의 호르몬 변화와 관련해서도 “직접 관계가 있다는 데이터는 없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데이터는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서 수집한다. 백신 접종 후 3일이 지나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상반응 신고 방법이 안내되고, 접종자가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을 통해 이상반응을 신고하면 관할 보건소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상반응 신고 과정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제성이 없어 이상반응 발생 사례가 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 후처리에 대한 불만도 나타나고 있다. A 씨는 “보건소 측에 하혈 이상신고가 들어가면 피드백이 올 줄 알았는데 일절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반응을 신고하더라도 보건소에서 일차적으로 누락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에 따르면 의사 진단이 있는 경우에만 추진단까지 보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진단에서 발표하는 ‘이상반응 신고현황’을 보면 여성의 생리불순이나 부정출혈 등의 사례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상반응은 총 4가지로 구분되어 있는데, 근육통과 두통 등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사례와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신경계 반응 등 중증 의심 사례, 그리고 사망 사례 등이다.
이상반응 신고 화면에 백신 접종 후 대표적인 증상만 나열돼 있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A 씨는 “이상반응 체크 란에 오한, 두통, 발열 같은 이상증세는 보이는데 하혈이나 생리불순 같은 경우는 ‘기타’로 체크해서 신고하게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대표적인 이상반응 외에는 마지막 ‘필요시 추가적인 상세내용 입력’을 통해서나 신고할 수 있었다. A 씨는 “신고 데이터베이스가 쌓여야 여성의 생리불순이나 하혈에도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증상도 부작용으로 인정하고 연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