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씨의 아버지 손현 씨가 ‘아들을 찾는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 사진=손현 씨 블로그
서울경찰청이 5월 6일 손 씨 사망과 관련해 처음으로 기자 설명회를 열었다. 4월 30일 손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딱 일주일 만이다. 경찰은 그간 수많은 추측과 의혹에도 피의사실공표를 이유로 침묵을 유지해왔다. 공식 브리핑이나 서면 알림조차 없었다.
문제는 그 사이 가짜뉴스가 손쓸 수 없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당일 손 씨와 함께 있던 친구 A 씨의 친인척이 국회의원과 연이 있어 수사를 막고 있다거나, 그의 아버지가 전직 경찰서장이라는 거짓정보가 돌았다. 전 경찰서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당사자가 직접 “전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로도 A 씨의 아버지가 대형 로펌의 변호사라거나 세브란스 병원의 의사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논란을 진정시킬 공식 발표는 없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도 땅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찾지 못한 손정민 씨의 시신을 실종 6일 만에 민간구조사가 찾아낸 까닭이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도 4일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손현 씨는 앞서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이대로 가다간 증거가 소실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진정서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 3부에 배당하고 경찰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은 앞서 1차 조사에서 A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법 최면 검사를 2차례 진행했으나 의미 있는 진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쉽게 입을 열지 못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무성한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실제로 이번 사안과 관련돼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아직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도 나오지 않아 자연사인지 사고사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1차 구두 소견에서 손 씨 몸에 난 상처는 직접 사인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을 뿐이다. 아직 타살 정황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일반적인 살해사건과 같은 속도로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는 실종이 아니라 ‘가출인’으로 접수된다는 점도 경찰이 초기 수사가 적극적이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행법상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는 단순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즉, 성인인 가족이 집에 돌아오지 않아 경찰에 신고를 하면 실제로는 가출로 분류된다. 수색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근거도 없으므로 체계적 수색과 적시 대응을 하기는 힘든 것이 문제다.
한편 경찰은 A 씨가 신발을 버린 이유와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게 된 경위, 3시 30분 이후의 행적 등 남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현재 손 씨의 실종 시간대 공원 폐쇄회로(CC)TV 54대의 영상과 공원 출입 차량 133대의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동시간대 현장 주변에 있던 목격자 7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실시했으며 일부 일관된 진술도 나왔다.
사라진 A 씨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수색 중이다. A 씨의 휴대전화는 4월 25일 오전 6시 30분쯤 기지국과 연결이 끊긴 뒤 전원이 꺼졌다. 현재 A 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 등 3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실종지점 부근 한강을 수색 중이다. 사라진 A 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8 스페이스그레이’ 모델이며 확보되는 대로 디지털 포렌식을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6일 “A 씨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신발을 버린 이유를 확인했다”며 “대상자들을 상대로 명확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 상황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시간대는 달라지고 있지만 일관되게 진술하는 장면들은 있다. 하지만 100% 파악된 상태가 아니라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추가 진술이나 새 목격자가 있는지 계속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 씨의 사인을 알 수 있는 국과수 부검 결과 보고서는 이달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히 다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