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구본준 당시 LG그룹 부회장(현 LX그룹 회장)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X그룹의 미래는? LG상사·LG하우시스 주목
LX홀딩스는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LG상사의 자회사 판토스를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5개 회사의 2020년 매출은 16조 248억 원, 영업이익은 4025억 원이다. LX홀딩스를 포함한 자산총액은 8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X홀딩스는 대표이사에 송치호 사장(전 LG상사 대표), 최고인사책임자(CHO)에 노인호 부사장(전 LG화학 전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노진서 부사장(LG전자 부사장),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박장수 전무((주)LG 전무)를 선임했다.
구본준 회장은 출범사를 통해 “LX홀딩스에 속한 자회사는 국내 팹리스와 인테리어자재, MMA, 포워딩 시장을 선도하는 1등 DNA와 세계를 무대로 한 개척 정신을 가진 기업”이라며 “LX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을 통해 구성원 모두의 자랑이 되는 좋은 기업을 만들어가자”고 전했다.
LX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LG상사는 2020년 매출 11조 2826억 원, 영업이익 1598억 원을 기록했다. LG상사의 사업부문은 에너지·팜, 산업재·솔루션, 물류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LG상사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물류 자회사 판토스에 의존하고 있어 다른 사업부문의 수익률 개선이 숙제로 꼽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상사 물류부문은 지난해 매출 4조 6756억 원, 영업이익 1599억 원을 기록한 반면 산업재·솔루션 부문은 매출 5조 3259억 원을 거두고도 영업이익은 175억 원에 불과했다. 에너지·팜 부문은 매출 1조 8211억 원, 영업손실 175억 원을 거뒀다.
LG상사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관광업, 숙박업, 디지털콘텐츠 제작·유통·중개업, 의료 검사·분석·진단 서비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예고했다. 윤춘성 LG상사 대표는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경영 효율성 극대화와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과 시장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2차전지, 헬스케어, 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관련기사 [단독] LX그룹 합류 LG상사 ‘LX인터내셔널’로 사명 변경 가등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기에 LG상사 신사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물류업에 대한 전망은 좋은 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상사에 대해 “2020년 9월 이후 미주 지역 수요가 반등해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며 “백신 보급 확대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물동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하우시스도 주력 계열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실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특히 자동차소재·산업용필름 부문이 부진하면서 LG하우시스도 매출은 2019년 3조 1868억 원에서 2020년 3조 380억 원으로 줄었다. 자동차소재·산업용필름 사업부문의 매출은 2019년 9403억 원에서 2020년 8613억 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18억 원에서 453억 원으로 늘어 적자폭이 확대됐다.
결국 매각 수순을 밟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지난 1월 26일 현대BNG스틸과 자동차소재 및 산업용필름 사업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매각이 완료되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후 매각이 불발되면서 LG하우시스 실적에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소재·산업용필름 사업부는 올해 1분기 매출 2154억 원, 영업손실 32억 원을 기록했다. 87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2020년 1분기에 비해 적자폭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은 하지 못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자동차소재·산업용필름 사업부 매각이 불발됐다”며 “해당 사업부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LX홀딩스는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LG상사의 자회사 판토스는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사진=박은숙 기자
#구형모 씨의 LX홀딩스 상무 승진
이런 가운데 LX그룹 경영권 승계 1순위인 구형모 씨가 상무로 승진해 LX홀딩스로 옮겨 눈길을 끌고 있다. 구형모 상무는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4년 4월 LG전자에 입사했다. 그는 최근까지 LG전자 책임으로 근무하면서 신사업 발굴을 담당했다. LG그룹의 직급 체계는 사원·선임·책임 3단계로 나뉘며 선임은 일반 기업의 대리·과장급, 책임은 차장·부장급에 해당한다.
구 씨의 상무 승진을 놓고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구본준 회장은 구형모 상무와 딸 구연제 씨를 자녀로 두고 있다. 1951년생인 구본준 회장이 70대임을 감안하면 경영 승계를 준비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구형모 상무는 1987년생, 구연제 씨는 1990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구연제 씨는 현재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형모 상무는 7년간 LG전자에서 일했지만 아직 경영능력을 입증할 기회는 없었다. 범 LG그룹은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해 구 상무가 LX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지만, 임원도 거치지 않고 총수가 되기는 어렵다. 구 씨가 임원 승진 후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승계 시기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분야의 경험을 살려 LX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면 경영권 승계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구형모 상무의 경영능력이 입증되더라도 지분 확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LX홀딩스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리됐기에 (주)LG와 지분구성이 동일하다. 따라서 현재 LX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5.95%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고, 2대주주는 7.72%의 구본준 회장이다. 구형모 상무가 가진 LX홀딩스와 (주)LG 지분은 0.60%, 구연제 씨는 0.26%에 불과하다.
추후 구본준 회장은 보유 중인 (주)LG 지분을 구광모 회장의 LX홀딩스 지분과 맞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교환 비율에 따라 구본준 회장 측이 추가로 현금을 투입할 수도 있지만 이제 막 LX홀딩스가 출범한 만큼 교환 비율을 예측하기는 이르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LX홀딩스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LX홀딩스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주가 상승을 기분 좋게만 바라보기 어렵게 됐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후가 분할 전과 같을 수 없다”며 “LX홀딩스의 분할 시점 기준 가격과 계열사 가치에는 다소 격차가 있지만 소속된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됐고, 전망이 괜찮기에 시간적 여유를 둔다면 충분히 만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구본준·구광모 회장의 주식 교환이 무사히 이뤄져도 이를 구형모 상무가 물려받기 위해서는 막대한 증여세(혹은 상속세)를 내야만 한다. 구형모 상무는 과거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생산업체 지흥(현 이케이)의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구 상무는 2018년 사모펀드(PEF)에 153억 원을 받고 지흥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이 외에 구 상무의 보유 현금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와 관련, LX홀딩스 관계자는 “구형모 씨는 LX홀딩스 상무로 합류해 경영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지분교환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