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없는 남자의 일상을 그린 일본 드라마 <전차남>. |
옆구리가 시린 연말연시, 애인도 인기도 없는 남녀가 만나는 소셜 네트워크 모임 ‘비인기인 SNS’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독신인 사람, 가족을 잃은 사람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등이 회원이며 심지어 자살 희망자도 있다. 애인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가입이 안 된다. 인기가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면 가입할 수 있지만, 너무 예쁘거나 잘생겨 쉽게 인기를 얻는 사람인 경우 강퇴당할 가능성도 있다. 2010년 초에는 1000명에 달하는 강퇴자가 나왔다. 그러자 ‘비인기인 SNS’ 모임에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이가 많아 너무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오히려 경계하는 것 아니냐’는 보도도 나왔다.
이 모임은 2008년 12월 당시 19세이던 오타쿠 청년 에가미 히로유키 씨가 만들었다. 히로유키 씨는 원래 크리스마스 전후나 연말연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이 되면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글이 크게 느는 점에 주목했다. 또 중학교 때부터 학교생활에 그다지 잘 적응하지 못하고 채팅에만 푹 빠지는 등 오타쿠 생활을 하던 중 ‘인기가 없는 사람의 모임을 소셜네트워크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일본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 ‘오픈 피네(OPenPNE)’에서 모임을 만들었는데 개설 3일 만에 150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한 달 만에 1만 명 회원을 돌파했다. 회원이 4만 4000명, 자원봉사 운영진이 30명으로 늘어나며 규모가 커지자 블로그로 감당할 수 없어져 아예 사이트를 오픈했다(http://himote.in/). 이제 히로유키 씨는 웹운영자 겸 ‘비인기인 SNS’ 대표를 맡았고, 최근엔 아이폰 어플도 보급 중이라고. 자원봉사 운영진은 만남사이트나 성인사이트 업자가 회원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성별은 남성의 비율이 조금 더 많고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60%, 30대가 30%를 차지한다. 회원 간에 연애는 거의 하지 않는 편. 그도 그럴 것이 ‘애인이 생기면 즉시 강퇴’ 당하는 회칙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블로그나 모임 게시판 내용은 인기가 없어 겪는 비참한 이야기 등 만 쓸 것’ 등도 회칙이다. 모임의 캐치프레이즈는 바로 ‘인기가 없는 인생은 아름다워!’, ‘안티 연애지상주의’라고 한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정기 모임에서는 회원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회의를 연다. 예를 들어 2010년 2월 밸런타인 데이에는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은 ‘인습’이라 비판하는 모임을 밤을 새워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회원을 유치하고자 꽤 공격적인 방법도 동원했다. 올해 10월에 벌인 이색 이벤트도 화제를 모았는데, 애인과 헤어지고 ‘비인기인 SNS’에 가입한다면 현금 2만 엔(약 27만 원)을 가입선물로 준 것이다. 한편 이런 싱글남녀의 ‘비인기인 SNS’ 모임은 향후 독신 세대의 소비에 기대하는 비즈니스 시장에서도 꽤 주시하는 분위기여서 일본 경제지 <DIME> 등에서도 끊임없이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