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5월 20일 미국에서 열리는 2차 반도체 회의 초대장을 받았다. 이날 회의는 한미 정상회담 전날 개최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오는 5월 20일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을 초대해 회의를 연다. 참석 대상 기업은 지난 4월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 참석한 기업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초청장을 통해 “이번 회의는 반도체 및 공급망 문제에 관해 열린 대화를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실무협의’의 성격이 짙다. 1차 회의 격인 지난 반도체 서밋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건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이라는 명분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기적인 반도체 공급 일정은 물론, 중장기적인 미국 현지 투자 계획 등이 모두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회의에 참석하는 기업들이 이번 주 사전 모임을 갖고 회의 의제를 의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차 회의에서 국내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백악관의 호출을 받았던 삼성전자는 두 번째 회의에서도 참석자 명단에 올랐다. 핵심 논의 의제가 차량용 반도체 관련이라는 점을 감안, 이번에도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의 참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공교롭게도 2차 회의의 날짜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맞닿아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회의 다음날인 오는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상무부 주재 회의를 전후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서밋에 참석했던 인텔, TSMC는 회의가 끝난 직후 백악관의 요청에 화답해 투자를 늘리기로 발표했다. 인텔의 경우 지난달 회의에 앞서 200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도 애초 계획한 미국 현지공장 1개를 최대 5개 늘려 총 6개 짓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의 움직임은 삼성전자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빠른 시일 내 미국 신규 투자 등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말부터 파운드리 공급부족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신규 공장 투자를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는 기존에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한 상태다.
만약 삼성전자가 신규 투자를 발표한다면 2차 회의 날짜 전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삼성전자가 선물 보따리를 꺼내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미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토대로 양국의 공조 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