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간 성범죄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국내에서는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불법 ‘포르노’와 가릴 부분은 적절히 가린 ‘에로비디오’ 정도로 성인 영상물을 구분하는데 일본은 매우 세분화 된 등급에 따라 다양한 AV가 제작되고 있다. 노출 수위·내용·소재에 따른 장르 구분이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일본 AV 시장에서 친족 간 성관계는 오랜 기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왔다. 누나와 남동생, 양어머니와 아들, 사위와 장모, 며느리와 시아버지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친모와 아들 등의 성관계를 다룬 일본 AV들이 제작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본 AV는 현재 별다른 제재 없이 국내 웹하드 사이트에 돌아다니고 있다. 한 국내 에로비디오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불법 일본 AV에도 흐름이 있다. 몇 년 전에는 친족 간 동성 성관계가 유행했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와 며느리, 엄마와 딸 등 동성애를 다룬 AV인데 실제 모녀 관계인 배우들이 동성애 AV를 촬영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레전드로 손꼽히는 1969년생 마츠모토 마리나가 결혼 이후 은퇴했다가 현역으로 복귀했는데 얼마 뒤 친딸인 1995년생 마츠모토 모헤아도 AV 배우로 데뷔했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동성애 AV를 촬영해 화제가 됐다.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일본 AV가 쏟아졌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요즘에는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성관계를 다룬 일본 AV가 국내 웹하드 사이트에서 크게 인기다.”
한 에로업체 관계자는 요즘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성관계를 다룬 일본 AV가 국내 웹하드 사이트에서 크게 인기라고 밝혔다. 사진=웹하드 사이트 캡처
“일본 AV 시장은 철저히 상업적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일본인의 성의식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일본 AV 시장이 상업적으로 번창하던 시기에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매출을 증대하려다 ‘성관계 앞에서는 결국 모두가 본능에 충실해진다’는 궤변이 형성된 것이다. 과거에는 중년 남성이 10대 여성을 납치해서 감금한 뒤 육체적으로 길들이는 콘셉트의 AV도 큰 인기를 끌었을 정도다. 그게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가. 국내 에로비디오도 물론 자극적이지만 권선징악이나 해학의 정서가 조금이나마 남아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키는 편이라 일본 AV 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요즘 불법 일본 AV는 자막까지 더해져 있다. 정식으로 일본 AV를 수입해 자막을 달고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받아 웹하드 사이트 등에서 서비스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합법 일본 AV는 사실 드물다. 웹하드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일본 AV는 불법적으로 들여와 저작권자의 동의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불법 일본 AV가 훨씬 많은 데다 업로더들 사이에서 경쟁도 치열한 터라 번역기 등을 활용해 자막을 달고 최대한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다. 앞서의 성인콘텐츠 전문가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불법 일본 AV에서 자막의 정확성은 중요하지 않다. 최대한 더 자극적인 게 필요할 뿐이다. 자막을 보면 실수로 오역을 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더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려고 자막을 엉뚱하게 다는 경우도 많다. 친족 간 성관계를 다룬 불법 일본 AV는 설정이 자극적이고 대화 내용이 노골적일수록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자극적인 일본 AV가 한국으로 불법 유통되며 훨씬 자극적으로 변모해 괴물이 되어 버렸다. 이런 불법 성인 콘텐츠를 보며 그릇된 성의식을 갖게 된 이들이 실제로 친족 간 성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