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논란도 컸다.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A 검사는 취업 승인 심사 신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4월 19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불법행위 등에 대해 특별단속을 하기로 하는 등 암호화폐를 여전히 ‘화폐가치가 없다’고 보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실에서 근무하던 검사가 암호화폐거래소 업체로 옮기기 위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 검사는 이직을 포기했지만, 법무부는 이와 무관하게 A 검사의 사표 수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변호사들의 최대 화두는 ‘코인업체들 자문 계약 체결하기’다.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한 거래 금액이 급증하고, 과거 급등 때와 달리 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갈 것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하지만 이번 해프닝은 최근 법조계에 ‘돈이 되는 곳’이 어디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수사가 급감하면서 변호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됐다. 코인 투자 관련 불법 리딩방이나 유사 자문 업체들의 경우 향후 법적 다툼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벌써부터 로펌들을 찾고 있다. 로펌들은 물론, 변호사들도 돈이 되는 유일한 업종인 코인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코인업체 자문 경쟁 치열
최근 변호사들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코인업체들 자문 계약 체결하기’다.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한 거래 금액이 급증하고, 과거 급등 때와 달리 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갈 것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소형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변호사는 “최근 소개를 받아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자문을 얻는 데 성공했다”며 “새로운 시장이다 보니 금융감독원이나 법무부 등에 법적으로 의견을 묻거나 입장을 확인해야 되는 게 많아서 우리 법인도 새롭게 공부를 하는 마음으로 자문에 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술력이 있고 비전이 있는 곳의 경우 분명 기술을 활용한 기업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이 있더라”며 “향후 국회나 법원 등에서 법적 분쟁 여지가 많아 보이는데 그러다 보니 관련 법조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포털 사이트나 변호사 소개 플랫폼 등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암호화폐 관련 전문성을 홍보하는 변호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로톡 등에서 ‘가상화폐’를 검색하면 유사수신 관련 사기 및 범죄 관련 피해자나 기업을 향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변호사들이 여럿 검색된다.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은 암호화폐 관련 거래가 활발하고 이를 통한 기술 발전 가능성에 집중하다 보니 암호화폐 자체 산업에서 발생한 검찰 사건보다는 자문 중심으로 변호사들을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 달에도 두세 곳의 기업들이 암호화폐 관련 자문 등을 원한다면서 상담을 받고 있다. 자문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몫은 적지만, 미래고객 확보 차원에서 다들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 자문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털 사이트나 변호사 소개 플랫폼 등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암호화폐 관련 전문성을 홍보하는 변호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로톡 등에서 ‘가상화폐’를 검색하면 유사수신 관련 사기 및 범죄 관련 피해자나 기업을 향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변호사들이 여럿 검색된다. 사진=로톡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범죄성’ 시장도 활짝 열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들까지 잇따라 급등하면서 거래자금도 급등하고 있다. 5월 들어 국내 14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24시간 거래액은 총 40조~43조 원 수준이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 원 안팎인데, 이는 국내에서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5월 3일 코스피 거래대금 16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언급한 도지코인이 1만% 급등하면서, 코인 투자 열풍은 2030을 넘어 5060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연스레 ‘한탕’을 노린 범죄 시장도 열렸다.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에 이어 암호화폐 정보를 주고받는 ‘코인 리딩방’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잡코인’을 통한 코인 리딩을 제안한다. 하지만 몇몇 리딩방에서는 투자금을 입금하라고 한 뒤 나중에 수익금을 돌려받으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수천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020년 검거한 가상자산 범죄 건수는 337건(537명)으로, 2019년 103건(289명)에 비해 3.3배에 증가했다. 2018년엔 62건, 139명 수준이었다. 올해는 2020년 대비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사정당국의 관측이다.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 범죄가 가장 많다. 거래소라고 접속한 홈페이지는 코인 마진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꾸며놓은 가짜 사이트인 경우나, 거래소가 코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유한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가로챈 사건 등도 있었다. 경찰이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한 곳을 압수수색한 것이 대표적이다. C 거래소는 ‘3개월 내 3배 수익 보장’ 등을 내걸고 회원을 모집해 4만여 명의 회원으로부터 1조 7000억 원을 입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변호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암호화폐 시장은 수없이 많은 세력들이 주가를 조작하듯 시세를 조종한다. 알트코인들의 경우 수억 원만 있어도 40~50% 급등장을 연출할 수 있고 이럴 경우 투자자들이 대거 일확천금을 노리고 달려들다 보니 1~2시간 만에 수억 원으로, 30~40%의 수익을 내기도 한다”며 “문제는 이런 사건들을 주식이 아니라 암호화폐로 하다 보니 어떤 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경찰이나 검찰도 제대로 모르고 있더라”고 지적했다. 주가조작 세력들이 형성된 것처럼, 최근 2년 사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활동하는 전문 세력들도 생겨났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주식 리딩방 단속을 시도한 것은 ‘자본시장법’에 주식이 적용되기 때문이지만, 암호화폐는 해당되지 않는다. 때문에 유사투자자문행위에 대해 처벌이나 규제를 위한 법무부 등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선 소형로펌 대표 변호사는 “자문 과정에서 관련 법무부의 암호화폐 대응을 확인해 보니 정치권에서 겉으로 얘기하는 ‘대응 마련하겠다’는 말 외에는, 금감원, 금융위 등과 서로 업무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극적이더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정책만 만들지 말고 관련 범죄에 대한 엄벌이 가능한 법조항을 만드는 것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