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현이 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 당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스케줄을 짠 전 소속사 탓이라고 주장했다. 사진=MBC 제공
김정현 측은 이제까지 불거진 △계약 기간 중 타 소속사 접촉 △이른바 ‘김딱딱’ 등 배우 서예지의 조종설 △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 사태 등 각종 논란에 침묵했던 것에 대해 “드라마 ‘시간’ 하차로 배우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일련의 모든 일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도의적인 미안함이 있었던 소속사에 대한 배려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며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일파만파 퍼져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이날 공식입장을 내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정현 측에 따르면 그는 드라마 ‘시간’ 캐스팅 전부터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했으며 실제로 제작발표일 당일 구토를 하는 등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소속사는 이를 무시한 채 스케줄을 강행하고 소속 배우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시간’ 제작발표회 당시 김정현이 매우 무성의한 태도로 임하거나, 상대 배우였던 서현에게 일반 대중들도 눈치챌 만큼 무례하게 굴었던 것이 모두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케어해주지 않았던 소속사의 탓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정현은 ‘시간’ 사태 후인 2019년 1월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으며 우울함과 불안 증세를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의 이 같은 새로운 주장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배우의 스케줄을 제때 조정하지 않은 것 자체는 소속사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그 내부 사정을 외부로까지 끌고 나온 것은 온전히 김정현이 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건강 상태가 안 좋았던 것과 상대 배우가 무안해 할 만큼 공식석상에서 무례하게 태도를 취한 것은 아예 다른 문제가 아니냐”며 “김정현의 주장대로라면 그가 발표회 현장에서 취한 행동은 소속사에 대한 자기만의 항의나 다름 없는 것인데 과연 이런 태도가 데뷔 4년 차의 배우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인지 오히려 우리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시간’ 하차 후 11개월 만에 복귀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제작발표회에서 밝아진 모습의 김정현. 김정현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이 당시에도 우울함과 불안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었다. 사진=일요신문DB
‘시간’ 사태 외에도 김정현은 또 오앤엔터테인먼트가 매년 적자를 내 폐업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김정현만 계약 만료와 관련된 이슈를 언론에 제기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31일 폐업을 진행하며 매니저 등 직원들에게 해고통지서를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현이 문화창고와 접촉한 사실을 인지한 뒤 지난 4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 김정현의 전속계약기간 관련 분쟁조정신청을 넣었다. 이미 폐업을 신청하고도 김정현의 계약 만은 쥐고 있으려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정현의 계약 기간 연장은 드라마 ‘시간’ 사태가 오앤엔터테인먼트와 김정현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당초 김정현의 계약 만료는 올해 5월까지였지만, ‘시간’에서 하차하며 배우로서 활동하지 못한 기간만큼 자동 연장됐다는 게 오앤엔터테인먼트 측의 주장이었다. 김정현과 오앤엔터테인먼트가 작성한 전속계약서에 따르면 계약의 갱신 조항 중 ‘연기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제공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기간만큼 계약기간이 연장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김정현의 건강상 이유로 활동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 부분은 양 측이 합의를 거쳐 계약기간을 연장했어야 했다는 것. 김정현은 ‘시간’ 하차 후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캐스팅되기까지 약 11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김정현은 이 계약 연장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고 문화창고와 접촉해 계약을 논의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오앤엔터테인먼트 측이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언론과 인터뷰한 것을 두고 “배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김정현 측의 주장이다.
다만 김정현은 이제 오앤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해지된 만큼 연매협에 신청된 분쟁조정도 취하될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현 측은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이 시각 이후부터 김정현 배우와 관련해 계약 기간에 대한 이의 제기, 명예훼손,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퍼트리는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