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참사’에 옷 벗고 정치적 부담 주기도
가깝게 문재인 정부 초대 인사수석이었던 조현옥 전 수석 사례가 있다. 조 전 수석은 2019년 3·8 개각 실패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전 수석은 2019년 5월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심히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로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외숙 인사수석이 이철희 정무수석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8 개각은 참사로 불릴 만했다. 문 대통령은 조동호 전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이후 지명을 철회했다. 조 전 장관 후보자는 당시 영리 목적으로 열리는 ‘부실학회’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났고, 배우자와 동반 출장으로 연구비를 부정 사용한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최 전 후보자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에 아파트 한 채씩을 가졌고,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권을 소지해 3주택자였던 전력이 드러났다. 또 딸 부부에게 분당 아파트를 증여한 뒤 월세로 다시 거주 중인 사실이 알려져 편법 증여 논란도 불거졌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청문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당시 35억 원 상당의 주식으로 가지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 헌법재판관은 취임 이후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김외숙 현 인사수석 또한 최근 야당의 비판에 직면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5월 1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그동안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부·황희 문화부 장관, 이용구 차관의 인사를 놓고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번에도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세 사람은 각종 의혹과 국민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며 “대통령 뜻만 헤아리는 ‘코드인사’, ‘예스맨인사’ 덕에 최장수 수석을 지내고 있지만, 결국 김 수석이 문재인 정권의 엑스맨이 되고 만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며 김 수석 경질을 촉구했다.
#‘균형’과 ‘장악’ 엇갈린 시선
인사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된 자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 인사 보좌관 직제를 만들었다가 수석으로 바꿨다. 노 전 대통령이 인사수석 자리를 새로 만든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회고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초대 정찬용 인사수석이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당선인은 이미 인사의 독점을 막고 견제와 균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추천과 검증을 분리하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었다. 검증을 담당할 내가 영남이므로 인사 추천을 담당할 인사보좌관은 호남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중략) 정찬용 총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무현 당선인이) 매우 기뻐하면서 받아들였다”(‘운명’ 213쪽).
인사수석은 인사 추천과 검증을 사실상 도맡던 민정수석을 견제·보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초대 인사수석은 정찬용 당시 광주 YMCA 사무총장이었다. 시민사회 출신으로 정치권에 얽매이지 않는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점과 영남 출신이었던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과 반대로 호남 출신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인사수석 자리를 다르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인사수석 자리가 만들어진 것을 두고 ‘좌파정권의 주류세력 교체’를 위한 인사 장악 시도라는 주장도 있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은 시사저널에 쓴 ‘청와대 인사수석 제도의 국가적 폐해’ 칼럼에서 “좌파 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그 사회 내 주류세력의 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다. 그 의지의 발로로 탄생한 것이 인사수석비서관”이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이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당시에 인사수석 폐지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청와대에서 각 부처의 인사를 직접 챙기면, 장관이 무력화되어 그 부처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다. 장관이 바지사장이 되고 관료들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게 되면 전 관료사회의 역할이 부실해진다”는 요지로 이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신설, 폐지, 부활…결국 필요한 ‘방패막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청와대 직제를 대폭 고치며 인사수석을 없앴다. 대신 인사비서관이 인사수석 역할을 하도록 했다. 비중을 한껏 낮춘 셈이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뒤 변화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한 기업인에게 15억 원을 차용증 없이 빌리고,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는 ‘스폰서 의혹’이 일자 인사청문회 다음 날 자진 사퇴했다. 정치적으로 파장이 컸다. 이 전 대통령은 인사비서관을 수석급인 인사기획관으로 격상했다. 사실상 인사수석이 부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인사수석 없이 임기를 시작했다. ‘전관예우 의혹’ 안대희·‘일제 식민 찬양 논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은 중도 하차하면서 임기 초반부터 박 전 대통령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을 입혔다. 마침내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6월 인사수석을 되살렸다. 인사 사고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한편으론 인사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질 ‘방패막이’가 필요했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인사시스템과 철학을 계승·발전시키고자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균형인사비서관이었던 조현옥 인사수석을 임명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성 관련 범죄, 음주운전, 초기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등 7개 사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쓰지 않겠다며 ‘깨끗한 인사’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인사와 관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듯 문재인 정부도 인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등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7대 원칙에 위배되는 인사도 있어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회)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 주기식 청문회”라며 “이런 청문회로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