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하고 울부짖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잠시 후 밖을 보니 아파트에서 불길이 확 치솟아서….” 인근 주민은 겁먹은 표정으로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일본 매체 ‘주간여성’에 실린 여대생 살해사건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요시오카 모습을 소개했다.
4월 28일 오전 7시경, 오사카부 다이토시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의 신원은 사립대학교 4년생인 요시오카 모모나. 일본 언론에 의하면 “사건 현장은 매우 참혹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둔기로 머리를 맞은 데 이어 몸에는 수십 차례 흉기에 찔린 흔적이 있었다. 거실부터 현관 부근까지 핏자국이 선명했다.
기묘하게도 아래층에서는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2층 거주자 가모토 사토루(48)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이다. “살해된 요시오카의 집과 아래층 가모토의 집 베란다에 줄사닥다리가 놓여 있었다”는 점도 수상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가모토가 사다리로 침입해 요시오카를 습격한 뒤 자택으로 돌아와 방화·자해했다”고 보고 있다.
수사 결과, 가모토가 인근 홈센터(인테리어 전문 대형마트)에서 쇠파이프와 등유 등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에 떨어진 흉기 등에 묻은 지문도 가모토의 것과 일치했다. 수사 관계자는 “가모토가 범행 직전 요시오카의 집 현관문 바깥쪽에 잠금 장치까지 해뒀다”며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둔 후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상황만 놓고 보면, 치밀한 계획 살인이다.
가모토 용의자는 독신으로, “5년 전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한다. 주유소, 운송업체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최근에는 빌딩 유지관리 업체에서 근무 중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가모토가 혼자 하는 업무를 희망해 경비 일을 맡았다”고 전했다. “성실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무지각·무결근이었으며, 친한 동료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교토에서 태어나 자란 요시오카는 대학 진학을 계기로 해당 아파트에 입주했다. 고교 동창에 의하면 “밝은 성격으로 반장을 맡는 등 교우관계가 좋았다”고 한다. 동창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친구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녀가 무참히 살해당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집에서 쇠파이프를 구입한 영수증이 발견되는 등 살해 준비 행적은 있지만, 피해자를 노린 이유가 불분명하다”며 고개를 갸웃한다. “두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접점이 없을 뿐더러 명확한 살해 동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사건 의혹의 열쇠가 층간소음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몇 년 전 가모토가 ‘소음에 민감해졌다’는 말을 한 적 있다”며 지인의 증언을 실었다. 또한 용의자의 옆집에 살았던 20대 남성의 증언도 이어졌다. “3월 하순부터 4월 상순 큰 소리를 내지 않는데도 가모토가 한밤중에 여러 번 찾아와 ‘시끄럽다’면서 현관문을 쿵쿵 수차례 내리쳤다”는 것이다. 공포감을 느낀 남성은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이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가모토 사토루는 범행 직후 자택으로 돌아와 등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자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간사이TV 8칸테레 캡처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는 지은 지 26년 된 철골조 건물이다. 요시오카의 인스타그램에는 자택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친구와 생일파티를 하는 모습이 올라와 있다. 층간소음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이웃주민은 “가끔 친구를 부른 적은 있었으나 소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건 전까지 요시오카와 다른 이웃 간에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한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범죄 심리학자인 우스이 마사시 교수는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 사람은 작은 소리에도 과민하게 느낀다”고 전했다. 심할 경우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시끄럽게 하는 것’이라는 피해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사무소나 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대책을 세운다. 반면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교수는 덧붙였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 같은 범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웃주민을 선택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스이 교수는 “확실한 방지책이라고 할 순 없으나 사전에 이웃과 인사를 해두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위험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면 불필요하게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조언이다.
이웃 간의 문제가 흉악 사건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2018년 경찰에 접수된 이웃 관련 문제는 25만 2981건이나 됐다. 특히 층간소음 문제는 주차시비와 함께 1, 2위를 다퉜다. 일상생활 소리를 소음으로 느끼는 데는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라 “이웃이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소음전문가인 하치노헤(八戸)공업대학의 하시모토 노리히사 교수는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이웃 간의 분쟁 해결에 특화된 전문기관이 무료 상담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이러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74년의 참극 ‘피아노 소음 살인사건’ 1974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는 “피아노 연습소리가 시끄럽다”며 한 남성이 아래층에 사는 3명의 모녀를 살해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남성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소음에 극히 민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동시에 이웃 간의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그때와 비교하면 건물 구조 및 부자재 성능은 확실히 향상됐다. 소음규제법도 마련됐으나 층간소음 문제는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와 관련, 2006년 일본의 논리학자 오하라 신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커뮤니케이션 부족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사회는 앞으로 이웃 간의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층간소음 문제가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그의 예측은 맞아 떨어진 셈이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