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 청약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하이브(빅히트엔터테인먼트),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 모두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로 출발했지만 최고가 도달 시간은 날로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은 4거래일까지 올라 공모가 대비 최고가 수익률이 450%에 달했다. 두 달 뒤 시장에 데뷔한 카카오게임즈도 3거래일까지 오르며 공모가 대비 최고가 수익률은 270%를 넘었다. 이 해 10월 상장한 하이브는 거래 첫날 최고가에 오른 후 내리막을 타 공모가 대비 최고가 수익률이 160%로 떨어졌다. 올해 3월 18일 첫 거래를 시작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튿날 정점을 찍으며 공모가 대비 최고 192.3%를 기록했다. SKIET는 상장 당일 111.9%의 최고가 수익률로 최근 5대 새내기 상장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실 개인은 거액의 대출을 일으켜도 실제 손에 쥐는 공모주는 몇 주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상장 첫날 시가에 주식을 사서 최고가에 팔아 수익을 내는 데 도전하게 된다. 시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되는 이유다. 그런데 이렇게 ‘따상’의 기반이 만들어지면 공모주를 받은 이들은 재빨리 차익실현 하는 것이 이익이다.
앞서 언급한 5개 종목 주가 모두 공모가보다는 크게 높지만, 공모가의 2배인 시가 대비로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새내기 상장주는 거래시작 초반에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는 믿음이 형성된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매각 제한 물량이 풀릴 가능성도 높아지는 데다, 상장 초기의 기대감도 둔화되기 마련이다.
특히 SKIET 공모가는 10만 5000원. 직전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때보다 3배 높은 몸값이다.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상장에 앞서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관들의 투자열기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SKIET는 수요예측에서 신청수량의 72.2%만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했다. 앞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청수량의 96.6%가 공모가 상단을 넘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PE(사모펀드) 프리미어슈페리어가 프리IPO 당시 평가한 SKIET 기업가치는 3조 원 수준”이라며 “이후 공모 때 9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는데 프리IPO 이후 7개월 만에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의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도 살필 필요가 있다. SKIET는 총매출액 2조 2460억 원 가운데 대주주인 SK(주)가 구주매출로 1조 3476억 원을 챙겼고, 신주발행으로 조달하는 8903억 원을 폴란드 해외 생산기지 내 설비투자 및 확장에 쓰기로 했다. 폴란드 설비투자에 필요한 금액이 총 1조 8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장으로 조달한 돈으로는 부족한 셈이다. 결국 공모가를 높여 최대한 많은 돈을 조달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