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밸리를 개발 중인 CJ라이브시티는 연내 착공을 계획 중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K-컬처밸리에 건립 예정인 아레나 조감도. 사진=경기도청 제공
미디어콘텐츠의 위력을 보여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인 CJ ENM에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바로 ‘K-컬처밸리’ 사업이다. 특히 K-컬처밸리 사업은 CJ ENM의 콘텐츠를 더 크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이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CJ라이브시티는 올해 상반기 착공, 오는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K-컬처밸리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획대로 완공되면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부지에 축구장 46개 총 규모 30만 2265㎡(약 9만 평)의 아레나 중심 테마파크 23만 7401㎡(7만 2000평)와 한류콘텐츠 체험 중심의 상업시설 4만 1724㎡(1만 3000평), 한류공연 체험시설과 복합휴식공간인 공연장‧호텔 2만 3140㎡(7000평) 등이 조성된다. CJ ENM은 사업을 위해 CJ라이브시티를 통해 1조 8000억 원을 투자한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가 연간 2000만 명의 방문객을 창출하고 향후 10년간 도내 17조 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와 24만 명의 취업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CJ의 3차 사업계획 제출 자료 가운데 삼일회계법인과 연세대학교 도시계획 및 개발연구실에 의뢰해 추정한 결과다. 경기도와 고양시는 K-컬처밸리와 킨텍스 제3전시장, 고양 일산테크노밸리 사업 등을 묶어 총 사업비 약 5조 2000억 원 규모의 ‘고양 테크노밸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CJ는 2015년 경기도가 공모한 K-컬처밸리 사업에 단독 참여해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CJ ENM은 완전자회사로 2016년 1월 케이밸리(현 CJ라이브시티)를 설립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 탓에 CJ ENM과 싱가포르 투자회사 ‘방사완브라더스’는 2016년 말 경기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6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지난해 7월에야 다시 궤도에 올랐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가 제출한 3차 사업계획 변경안을 1년 4개월 만에 승인했다. CJ라이브시티는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고양시의 건축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아레나 착공에 나선다.
경기도가 지난해 8월 11일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K-컬처밸리 성공적 추진을 위한 협약 체결’을 알리며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는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인 AEG와 파트너십을 토대로 국내 최초로 세계적 수준의 첨단 공연장인 아레나를 건립한다. CJ라이브시티는 대형 공연장인 아레나를 중심으로 CJ그룹 콘텐츠를 활용한 테마파크와 스튜디오, 어트랙션 등을 구상하고 있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가 제출한 3차 사업계획 변경안을 1년 4개월 만에 승인했다. CJ라이브시티 조감도. 사진=경기도청 제공
다만 아직까지 아레나 조감도 이외에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공사기간이 가장 길고 향후 사업에서 중요한 아레나 건립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준공 예정인 2024년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K-팝, K-콘텐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개발 콘셉트를 확정적으로 밝히기 어려우며 내부적으로 많은 전문가들과 기획해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컬처밸리를 관통하는 한류천의 수질개선 과제도 남아 있다. 2019년 12월 고양시와 CJ라이브시티는 한류천 수질을 하천 2등급 수준으로 개선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고양시는 하천의 폭과 수심을 조정하는 방안을 밝혔지만, 한류천은 앞서 2018년 맹꽁이 서식지로 파악돼 원형을 유지해야 하는 하천이다. 뒤늦게 이를 파악한 고양시는 맹꽁이 이주 등의 방안을 고민하다 최근 호수공원 물을 유입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한류 콘텐츠’를 표방하는 CJ라이브시티의 청사진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간 특정 주제와 콘셉트를 갖추지 못해 주목받지 못했던 국내 테마파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에서는 그간 자체 테마파크를 대신해 수차례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 사업이 추진됐으나 접근성과 공간의 제약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디즈니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 글로벌 테마파크의 파워가 워낙 강해 외래객 유치를 위해서는 특색이 있어야 하는데, K-팝이나 한국드라마 등 한류콘텐츠는 당연히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테마파크의 경우 반복해서 방문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넓은 부지와 접근성 등의 제약을 고려했을 때 전철로 연결돼 있는 고양시는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K-컬처밸리 사업에 따른 부담을 CJ ENM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CJ는 사업비 1조 8000억 원 가운데 1조 5000억 원가량을 외부 투자유치를 통해 확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고 투자금을 상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의 비용 조달을 사업추진 주체인 CJ ENM과 CJ라이브시티가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CJ라이브시티는 2018년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고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7500억 원가량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모집했다가 무산된 경험도 있다.
공시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41억 원, 부채총계 3275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510.56%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은 발생하지 않아 순손실 527억 원을 기록했다. CJ라이브시티는 CJ ENM, 키움파트너스제2차, 방사완브라더스 등에서 2859억 원을 차입했다. CJ ENM은 CJ라이브시티가 방사완브라더스 측에서 차입한 6819만 달러(771억 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CJ라이브시티의 대규모 차입금은 CJ라이브시티 지분 90%를 보유한 모회사 CJ ENM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CJ라이브시티의 PF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허가 이후 각 시설별로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해진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자금조달은 인허가 이후 진행되는 만큼 현재 상황에서 언제 얼마를 조달하겠다고 밝히기는 어렵다”며 “관련 기관들과 기초적인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