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여권에서는 공수처 1호 사건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최근 공수처는 중대범죄도 아니고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 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의 건에 별스럽게 인지 수사를 한다고 눈과 귀를 의심할 말을 했다”며 “공수처의 칼날이 정작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엄청난 죄, 뭉개기 한 죄를 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3분의 2가 판검사 관련 사건인데 설립 취지에 맞는 권력기관 부패 사건을 제쳐두고 해직교사 복직 건을 1호 수사대상으로 올린 것은 교육계를 만만하게 본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국회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 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너무 편한 선택”이라며 지적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나 자괴감이…”라고 적었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 설립 취지인 권력형 범죄에 부합하지 않는 사건이다.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평생을 민주화와 사회 정의, 그리고 인권과 평화를 위해 살아온 우리나라 사회학자 조희연 교육감이 공수처 제1호 사건으로 입건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윤희석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1000건 넘는 사건을 접수 받은 공수처가 굳이 이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낙점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복잡하고 거대한 다른 사건들은 다룰 능력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출범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있었던 만큼 공수처가 1호 사건을 통해 좌우 밸런스를 맞추려고 이런 결정을 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럼에도 의아하다”라며 “설립 취지를 반영해 검찰과 법원 등을 견제하는 사건을 1호 사건으로 고를 줄 알았는데 이번 결정은 공수처가 존재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하필 기소도 하지 못하는, 결국 검찰로 다시 넘겨야 하는 사건을 왜 1호 사건으로 골랐는지 모르겠다”라며 “그만큼 공수처의 수사 범위가 넓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이 다시 검찰로 넘어간 뒤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공수처는 교육감에 대한 수사권은 갖고 있지만 기소권이 없다. 공수처의 기소권은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공수처법 제26조는 수사 결과(관계 서류와 증거물)를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송부해야 하며 사건을 송부 받은 검사는 공수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다. 세부적인 규정이 없어 이후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수처가 기소의견을 밝혔는데 검찰이 불기소한다면 공수처와 검찰 사이 갈등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공수처가 불기소 의견을 밝혔는데 검찰이 이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은 법률상 공수처에는 불기소권이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공수처가 불기소를 결정할 경우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할 방법조차 정해져 있지 않다. 또한 검찰이 공소 유지를 위해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지 여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공수처 현판 제막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는 추매이 전 장관과 김진욱 공수처장. 사진=박정훈 기자
이런 까닭에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지도 못하는 사건, 그것도 세부규정도 정해져 있지 않은 영역의 사건을 1호 사건으로 결정했는지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검찰청에서도 공수처의 1호 사건 결정 소식을 접하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의 이번 결정은 마치 대학생이 고르고 골라서 가장 하기 쉬운 과제를 선택한 것 같다”면서 “그런데 자칫 검찰로 보낸 수사 결과도 대학생 리포트 수준이라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수처 1호 사건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여권과 진보단체 등에서는 공수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공수처가 조희연 교육감을 불기소하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오히려 공수처의 ‘여권 인사 봐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자칫 공수처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