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하는 말이다. 일론 머스크 한마디에 암호화폐 가격이 오락가락하면서 이익을 보기도 하지만 큰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주식시장이라면 엄격하게 금지돼 있는 선취매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출연했다. 이 소식에 도지코인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사진=미국 SNL 화면 캡처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향한 비판은 대부분 오락가락하는 그의 입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 3월 머스크는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그 결정을 철회했다. 머스크는 5월 13일 트위터에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위한 화석연료의 급속한 증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특정 주체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주체가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거래내역 생성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준다. 이를 채굴이라고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 1개 가치가 폭등하다보니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갔다. 처음에는 개인도 비트코인 채굴을 할 수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는 개인용 컴퓨터로는 수십 년을 돌려도 비트코인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채굴 난이도가 올라갔다.
채굴기 업체는 나스닥에 상장할 정도로 커졌다. 이들이 쓰는 채굴기가 늘어난 만큼 전기 소모량도 늘어났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현재 아르헨티나 전체에서 쓰는 에너지보다 많은 상황이다. 또한 비트코인 채굴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의 40% 정도가 석탄 발전을 통해 얻어진다. 중국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국가로 전 세계 배출량의 27%를 차지한다. 또한 그 양도 1990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머스크의 한마디에 암호화폐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머스크가 트윗을 올리자마자 암호화폐 전체 시가 총액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머스크의 해당 트윗이 올라오기 직전 미국 시간 5월 12일 오후 6시(한국 시간 13일 오전 7시) 전체 암호화폐 시총은 2조 4300억 달러였다. 하지만 이 트윗 직후 2조 60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약 3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우리 돈 400조 원 이상이 날아간 것이다. 시장은 잠시 반등을 보이다 지난 13일 다시 2조 1000억 달러대에서 횡보 중이다.
투자자들은 테슬라 결정이나 일론 머스크의 설명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투자자들이 황당해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머스크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을 두고 친환경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4월 22일 잭 도시 트위터 CEO의 “비트코인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장려한다”는 트위터에 머스크는 ‘True’(진실)라고 답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한 달도 안 돼 입장을 전면으로 바꿔 투자자를 농락했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 4월 ‘비트코인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장려한다’는 잭 도시 트위터 CEO의 트윗에 일론 머스크가 ‘진실’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사진=잭 도시 트위터 CEO 트윗 캡처
잭 도시 트위터 CEO의 말처럼 비트코인 채굴업자 중 수력발전소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거나 전기가 남는 새벽 시간대 채굴하는 경우도 있다. 나스닥 상장이 진행 중인 비트코인 채굴기업 비트팜스도 캐나다 퀘백 주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100% 수력 발전으로 가동된다.
또한 비트코인이 전기를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전기는 사용된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마다 본사, 영업점, 서버 등에 사용되는 전기도 수치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어쨌든 머스크의 입장 변화로 테슬라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760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한 달 만인 5월 13일 현재 571달러까지 내려왔다.
‘머스크 쇼크’로 폭락한 비트코인 시장에서 그가 시세 조종을 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머스크의 결제 중단 발표 직전 테슬라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지갑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결제 중단 발표 이후 폭락했을 때 다시 사들였다는 추측이다. 지갑이 누구 것인지 밝히지 않으면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추정에 그치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만 법적 처벌은 어렵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국내의 한 변호사는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을 테슬라 결제에 사용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비트코인 거래를 했다면, 주식으로 치면 시세 조종에 해당하여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이는 미국이어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암호화폐는 규제 사각지대로 아직 제대로 된 판례가 없어 처벌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미국에서 머스크가 어떻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발표한 게 국내 시각으로 오전 7시 6분이었다. 그런데 테슬라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이 오전 6시 53분까지 비트코인 500개를 매도했고, 결제 중단 발표 이후 그 이상으로 매수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주식이었다면 명백한 시세 조종 행위에 해당한다.
머스크 말 한마디로 암호화폐 전체 시총이 400조 원 넘게 날아간 반면 또 머스크 트윗으로 시총이 100조 원 가까이 커진 암호화폐도 있다. 바로 도지코인이다. 비트코인 결제 취소 하루 뒤인 13일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결제 시스템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지 개발자와 협력할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유망하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도지코인을 상징하는 개 얼굴이 합성된 라이온 킹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유튜브 채널 ‘내일은 투자왕 김단테’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비트코인 결제 취소는 결국 도지코인을 위한 그림으로 보이는데, 도지코인을 선택한 일론 머스크를 이해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도지코인의 구조가 비트코인과 근본적으로는 같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비트코인과 같이 작업증명(PoW)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도지코인은 현재 비트코인보다 네트워크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가 사용된다고 할 수는 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건 동일하다”라고 설명했다.
도지코인은 2020년 1월 약 2원, 2021년 1월 약 5원에 불과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암호화폐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으로 만들어졌다. 발행량도 무제한이라 가치를 산정하기 매우 어렵다. 암호화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도지코인은 첫 해 1000억 개에서 출발해 1분마다 1만 개가 생겨나며 1년이면 52억 개가 만들어진다. 현재 1300억 개 정도 된다. 탄생 배경에다 계속 불어나는 특성 때문에 가치가 올라가기 어렵다고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도지코인에 머스크의 관심이 쏠리면서 가격 폭등이 시작됐다. 5월 초 도지코인은 연초보다 1만 3000% 높아진 800원대에 거래되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100조 원에 가깝게 근접했다. 이는 굴지의 기업인 GM, 모더나보다 높은 가치다.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70조 원 정도다. 4월 이후 도지코인의 국내 거래 대금이 코스피 거래 대금보다 많을 때도 있다.
도지코인 1위 보유자는 2019년 2월 5일부터 매입을 시작해 현재 367억 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전체 도지코인의 28%를 보유하고 있다. 무려 20조 원 정도 가치다. 이 투자자는 한번에 28.061971개씩 도지코인을 매수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머스크의 생일이 1971년 6월 28일이어서 이 지갑의 주인이 머스크가 아니냐는 의혹이 많다. 머스크도 자신의 트위터에 스스로를 ‘도지 아빠’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러 차례 자신과 도지코인을 엮은 밈을 트위터에 올렸다.
만약 머스크가 도지코인 1위 보유자가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홍보 배경을 도저히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머스크의 도지코인 선택은 기술적으로도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카카오 초기 멤버이기도 했던 김동주 대표는 “보통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을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비유를 많이 한다. 암호화폐가 실생활에 이용되는 과정에서 기능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양질의 개발자 커뮤니티가 필수다”라면서 “그런데 도지코인의 개발자 커뮤니티는 다른 유명 암호화폐와 비교했을때 양과 질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이더리움, 카르다노, 리플 등을 선택하지 않겠느냐 하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도 개발자 커뮤니티가 협소한 도지코인을 선택할 거면 차라리 테슬라가 자체 코인을 만드는 게 낫다는 게 중론이다.
비트코인은 테슬라 결제 철수로 큰 타격을 받았다. 머스크의 이 같은 행보에 암호화폐 향후 방향은 어떻게 될까. 한 암호화폐 투자 전문가는 “도지가 1달러(약 1200원) 간다고 해도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며 “도지 같은 장난으로 만든 코인이 100조 원 가까이 가치를 받는 게 오히려 코인 시장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리라 본다. 암호화폐가 진지하고 전문적인 면보다는 투기판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동주 대표는 “테슬라는 가치를 인정받는 혁신기업이 비트코인 결제를 진행하다 취소하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흔들렸다”면서도 “그럼에도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선택하고 여전히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블록체인 전체에 주는 악영향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