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직결되는 중증 질환부터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까지, 과연 의사들은 어떤 질병을 가장 두려워할까. 최근 일본 ‘주간겐다이’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걸리고 싶지 않은 질병’ 순위를 발표했다.
의사들이 걸리고 싶지 않은 질병 1위는 ‘뇌졸중’이었다.
해당 질환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와 관련, 홈온클리닉의 히라노 구니요시 원장은 “의사들이 어떤 이유로 특정 병을 두려워하는지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 흔히 건강할 때는 병에 대해서 남의 일인 양 여긴다. 하지만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모든 질환을 완벽하게 예방하기란 불가능하다. 히라노 원장은 “사전에 병에 대한 지식을 갖춘다면 삶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가장 많은 의사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두려운 병은 ‘뇌졸중’이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혈액이 유출되는 ‘뇌출혈’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전조증상 없이 발병한다는 점이 무섭다. 신속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반신이 마비되거나 실어증 같은 후유증이 남는다. 발병 범위가 클 경우 사지마비가 돼 식물인간이 되기도 한다.
내과전문의 오카다 마사히코 니가타대 교수는 “삶의 질(QOL)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특별히 뇌졸중에 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과 식생활 재검토 등 일상생활에서의 관리가 필수다. 오카다 교수가 추천하는 운동은 걷기다. 그는 “하루 30분씩 걷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2위에 오른 것은 췌장암이다. 췌장은 우리 몸속 깊숙한 곳에 위치해 문제가 발생해도 발견하기가 힘들다. 설령 발견하더라도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돼 있어 치료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 5년 생존율이 8%에 불과하다. 아라타클리닉의 아라타 소노 원장은 “사망률이 높은 질병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췌장암은 숨 쉬는 것도 괴로울 만큼 상당한 통증을 수반한다. 진통제로도 통증 감소가 쉽지 않아 걸리는 것이 무섭다”는 의견이다.
전체 암 가운데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폐암은 6위에 올랐다. 폐암을 꼽은 의사들은 “수술로 한쪽 폐를 절제하는 사례가 많아 예후가 좋지 않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암과의 투쟁은 길고 괴롭다. 그러나 “돌연사에 비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므로 최후로는 암이 더 낫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었다.
한 의사는 “돌연사에 비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므로 암이 최후로는 더 낫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발병률이 높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3위에 올랐다. 치매를 두려워하는 이유로는 “가족이 함께 고통을 분담한다”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가족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면 괴롭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목소리도 있었다.
“치매는 오래 살면 누구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는 두렵지 않다. 하지만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위루(위에 직접 튜브를 연결해 영양을 공급하는 것)를 하고, 배설 또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등의 삶이 이어지는 것이 두렵다.”
원인이 불분명하고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이라면, 당연히 의사들도 ‘절대로 피하고 싶은 병’이다. 그 가운데서도 의사들이 “특히 가혹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이다. 이른바, 루게릭병으로 4위에 올랐다. 모든 운동신경이 마비돼 전혀 움직이지 못하며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되는 병이다. 스즈키의원의 기하라 미키히로 부원장은 “그러면서도 정신이 멀쩡하기 때문에 이만큼 괴로운 병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대 의학으로도 아직 발병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며 “언젠가 꼭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호흡할 수 없게 되는 병도 괴롭다.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간질성폐렴·폐섬유증이 5위에 올랐다. 환자들은 ‘깊은 물속에 빠져있는 듯한 가슴 답답함’을 호소한다. “호흡의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 모르핀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양 조절을 못하면 생명의 위험이 있어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