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정민 씨와 친구 A 씨가 인근 편의점에서 구매한 술의 양도 파악됐다.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막걸리 3병과 청주 2병, 640㎖ 소주 2병과 360㎖ 소주 2병을 구매했다. 다만 구매 내역일 뿐이다. 경찰은 발표 과정에서 “그 술을 다 마셨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추가적인 목격자들이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당일 행적도 점차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주변에서 고 손정민 씨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부검결과, 목격자 제보 등 ‘사고사’를 가리키는 현장
손정민 씨와 A 씨가 함께 있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것은 새벽 3시 37분 무렵으로 당시 A 씨가 자신의 모친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인근에 있던 시민들이 당시 모습을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다. 이후 A 씨가 혼자 귀가했는데 지금까지는 A 씨가 귀가할 당시 옆에 정민 씨가 있었는지 여부도 불분명했다. A 씨는 혼자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지만 만취상태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최근 새벽 4시 20분 무렵 한강공원 잔디 끝 부분과 강이 연결되는 가파른 경사면에 A 씨가 홀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가 등장했다. 목격자는 A 씨가 경사면에서 머리는 잔디 방향, 다리는 강 방향으로 뻗고 홀로 잠들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A 씨가 혼자 자고 있던 곳은 정민 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장소에서 10m가량 한강 쪽으로 더 가까운 지점이다.
그때 A 씨가 잠에서 깬 것도 목격자 일행 때문이었다. 목격자는 강가에서 혼자 자고 있는 걸 위험하다고 판단한 일행이 A 씨를 깨웠다고 밝혔다. 그들은 A 씨가 물에 젖어 있지 않았으며 특별히 흙 등이 옷이나 몸에 묻어 있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술에 많이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도 새벽 3시 38분부터 4시 20분까지 약 40여 분 동안의 행적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민 씨가 한강에 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결정적 시점이기도 하다. 경찰은 마지막 40여 분의 행적까지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제보를 바탕으로 확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손정민 씨와 친구 A 씨는 세 차례에 걸쳐 막걸리 3병과 청주 2병, 640㎖ 소주 2병과 360㎖ 소주 2병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는 구매 내역일 뿐이다. 경찰 역시 발표 과정에서 “그 술을 다 마셨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MBC 뉴스 화면 캡처
#실종 이후 행보로 의혹 양산하는 A 씨와 가족들
40분가량의 가장 결정적인 상황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와 목격자 진술 등만 놓고 보면 실족 등의 사고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라진 40여 분을 제외하고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 이들의 진술 내용에서도 둘이 다투거나 한 정황은 없다. 상당한 양의 술을 구입했고 둘 다 상당히 취해 보였다는 목격자 진술은 여럿 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확한 수사 자료를 보지 못했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장은 사고사를 가리키는 것 같다”라며 “다만 손정민 씨가 실종된 뒤 A 씨와 그 가족이 보인 행태에서 비롯된 의혹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민 씨의 부친 손현 씨는 거듭해서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가장 처음에 제기한 의혹은 왜 A 씨 부모는 아들(정민 씨)이 만취 상태로 잠들어 있다는 A 씨 전화를 받았을 때, 또 A 씨가 귀가했을 때 바로 자신이나 (정민)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느냐였다. 실종 당시에는 안타까움을 표하는 발언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부분은 A 씨 부모가 범행 은폐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발전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그때 A 씨의 부모님이 오실 이유가 없었다. 오시면 안 되고 빨리 119나 112에 신고해서 찾는 게 맞다. 이 부분이 의문을 낳게 한다. 제가 만약 수사책임자라면 그 부분을 중심적으로 볼 것 같다”라며 “제일 이해 안 되는 부분이다. 사고사도 존재할 수 있고, 증거 은폐도 존재할 수 있고, 그 이상도 존재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거는 분명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손현 씨는 당시 A 씨와 부모가 한강공원을 찾아 정민 씨를 찾을 당시의 CCTV 영상을 중앙일보에 공개하며 “사람을 찾으려면 시선이 아래로 가야 하는데, 위를 쳐다보며 CCTV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모습이었다”며 “A 씨 아버지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습 등 사건을 수습하는 모습으로 보일 뿐 아이를 찾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손현 씨는 A 씨 아버지 휴대폰도 포렌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현장을 중심으로 새벽 3시 38분부터 4시 20분까지 40여 분 동안 정민 씨와 A 씨의 행적을 추적하는 한편 A 씨의 노트북, A 씨 부모 휴대폰 등을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A 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며 프로파일러 면담까지 실시한 것으로 진해졌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