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 좌완 투수였던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은 약속이나 한 듯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나란히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흥미로운 건 올 시즌 이들의 성적이 모두 상위권에 있다는 점. 류현진은 7경기 39.2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2.95를, 김광현은 5경기 23이닝 1승 평균자책점 2.74, 양현종은 3경기 12이닝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모두 평균자책점이 2점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3명의 좌투수들은 구속과는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다.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0마일(144.8km)에 못 미치지만 노련한 볼 배합과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을 현혹시킨다. 이들은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정교한 제구를 앞세웠다. 메이저리그 투수들보다 평균 10km/h나 차이 나는 구속을 선보이면서도 평균자책점을 낮출 수 있는 까닭은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컷패스트볼, 커브 등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줄 알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시절 팀 동료인 클레이튼 커쇼를 통해, 그리고 댈러스 카이클(시카고 화이트삭스)과 패트릭 코빈의 경기 영상을 보며 새로운 구종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며 류현진의 경기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보고 또 봤다. 류현진의 마운드 운영과 제구, 구종 등을 연구해 나갔다. 양현종 또한 류현진 경기는 물론 지난 시즌 김광현의 등판을 챙겨 보며 메이저리그에서의 생존 방식을 간접 체험했다. 비시즌 때 한국을 찾은 류현진한테 메이저리그 생활은 물론 구종 관련해서 다양한 질문을 건넸다는 후문이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이 3명의 좌완 투수들 관련해서 이런 설명을 곁들인다.
“김광현, 양현종한테 류현진이란 존재는 교과서나 마찬가지였다. 같은 왼손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가는지를 보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다. 참고는 됐겠지만 눈으로 보고 배운 걸 자신의 몸에 맞게 만드는 건 선수의 노력이 중요하다. 자신의 몸과 특징에 맞는 구종을 개발하고 그걸 자기화시켜야 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김광현은 슬라이더의 구속에 변화를 주며 살 길을 찾아 갔고, 양현종은 이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 대신 체인지업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팀의 인정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3명의 좌투수들 모두 KBO리그에서 에이스로 뛴 선수들답게 야구 지능이 뛰어나고, 생존 방식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 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어느새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최고참이 된 류현진과 그 뒤를 잇는 후배 김광현, 양현종의 선전은 서로한테 신선한 자극과 동기부여가 되면서 팬들의 응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지난 6일 양현종은 빅리그 첫 선발 등판을 마친 후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류현진, 김광현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두 명의 선수들과) 같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한국 팬들도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선수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