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코인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일론 머스크를 표현한 합성 사진. 사진=트위터 캡처
17일 가상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전날에 비해 8% 이상 급락하며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때 비트코인 지지자였던 머스크가 채굴 방식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보유 중인 비트코인 매각 가능성을 언급한 까닭이다.
앞서 16일(현지시간) 자칭 ‘암호화폐 분석가’인 블로거 ‘미스터 웨일’은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 나머지를 처분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책할 것”이라며 “머스크에 대한 증오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나는 머스크를 탓하지 않겠다. 그가 이미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결국 팔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로부터 1시간 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말이야(Indeed)”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비트코인의 비효율성을 잇달아 지적해온 바 있다. 12일에는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했고, 15일에는 도지코인이 비트코인과 비교해 거래 속도와 규모에서 10배 낫고 수수료도 100배 저렴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CNBC 방송 등은 “테슬라가 나머지 비트코인 보유분을 팔았거나 팔 수도 있다는 점을 머스크가 암시했다”고 해석했다. 주요 매체의 보도가 이어지자 머스크는 이날 밤 뒤늦게 “추측을 명확히 하자면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고 수습했다.
그러나 그의 입에 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머스크의 “정말이야” 발언 직후 8% 이상 급락하며 한때 4만 5000달러 아래로 미끄러졌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다. 머스크의 해명 이후에도 떨어진 가격은 이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머스크를 향한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날로 커지고 있다. 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신을 비트코인 열성 지지자라고 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비트코인 팟캐스트 진행자 피터 매코맥은 “형편없는 정보에 따른 머스크의 비트코인 비판과 도지코인 지지는 완벽한 ‘트롤’(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화를 돋우는 사람)일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이런 불쾌한 의견들은 도지코인에 올인하고 싶게끔 한다”고 받아쳤다.
외신들은 머스크가 대안 가상화폐로 도지코인을 띄우기 위해 비트코인을 무너트리는 행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붕괴시키는 1인 임무를 띤 것 같다”며 “확실히 비트코인의 단점을 조명하고 있다”고 분석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비트코인 신봉자들의 주장을 머스크가 계속 훼손하고 있다. 머스크가 5500만 명 트위터 팔로워를 통해 시장에 반복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도 지겹고, 가상화폐 도박꾼들이 안쓰럽다고 느끼기도 힘들다”고 비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