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레전드가 화제가 된 시점은 1년 전이다. 오공, 슈프림 몽키킹, 몽키킹 등 원숭이 캐릭터를 판매하는 P2P 사이트인 몽키레전드는 개인 간 거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기간 고수익’을 약속했다. 사진=몽키레전드 관련 자료
누가 봐도 명백한 사기 사건이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캐릭터 P2P 사건은 생각보다 수사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처벌이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해당 플랫폼의 경우 P2P 구조라 처벌이 어렵다. 거꾸로, 지인들에게 이를 소개한 경우 가해자가 돼 합의를 위해 피해를 수습해주게 된다.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본 이들은 자신에게 앞서 동물 캐릭터를 판매한 또 다른 피해자이자 피의자에게 합의금을 받고 무마하는 ‘역 다단계’ 순의 피해 복구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마저도 ‘수익 보장’을 언급한, 유사 수신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다음 투자자에 처분 방식
몽키레전드가 화제가 된 시기는 1년 전이다. 오공, 슈프림 몽키킹, 몽키킹 등 원숭이 캐릭터를 판매하는 P2P 사이트인 몽키레전드는 개인 간 거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기간 고수익’을 약속했다. 원숭이 캐릭터를 구매·투자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판매가 가능하다며, 그 사이 10%가 넘는 수익을 볼 수 있다고 홍보했다. 누가 봐도 ‘사기’인 이 사이트에 10~20대 투자자들과 50~60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이들 기업들이 몇몇 업자들을 통해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듯 홍보했다. 이들은 수익성이 없다는 점은 고지하지 않았다. 대신 구매한 뒤 4일을 보유하고 있으면 12%, 5일을 보유하면 14%, 6일을 보유하면 16%의 이익이 생긴다며 한 달이면 150% 이상의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얘기했다. 지인을 소개하면 거래 수익의 6%가량을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등급을 부여하는 등 다단계 구조도 활용했다.
투자자들이 신규 유입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계속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폭탄 돌리기’ 모델이기도 했다. 때문에 몽키레전드를 시작으로 드래곤스타·12지신(동물농장)·유니콘시티·골드웨일 등이 등장했다. 모두 동물 캐릭터에 투자해 ‘다음 투자자’에게 처분하는 방식이었다. 고수익을 빙자한 폭탄 돌리기 모델이었지만 돈은 몰려들었다.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1억 원을 투자한 이들도 있었다.
얼마 안 가 사건이 터졌다. 결국 새로운 구매자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마지막에 남은 회원은 거액의 피해를 보게 됐고 고소 및 고발이 잇따랐다. 투자자들의 피해 추정 금액은 500억 원 수준에 달했다. 자연스레 해당 플랫폼의 구조가 외부로 알려졌고 사기와 불법 의혹이 확대됐다. 운영진은 “실제 규제나 제재가 들어오려면 최소 몇 달은 걸릴 거다. 몽키레전드는 안전한 플랫폼”이라는 말로 사용자들을 달랬지만, 손실을 본 피해자들의 고소·고발로 사건은 경찰 수사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후 잠시 잊혔다.
가짜 동물캐릭터 투자는 고수익을 빙자한 폭탄 돌리기 모델이었지만 돈은 몰려들었다. 많게는 1억 원을 투자한 이들도 있었다. 사진=드래곤스타 관련 자료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건은 수사기관을 맴돌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뤄진 개인 간 거래(P2P)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처음 판매한 플랫폼의 경우 책임에서 자유롭다. 대신, 오히려 피해자였던 이들이 또 다시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는 방식이라 사건 해결은 요원해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P2P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출이 발생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이 관리하기도 애매하고, 또 캐릭터를 사고파는 행위는 전자상거래로 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개인들 간 거래 형식을 취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할 여지도 없다. 또, 서버를 해외에 둔 기업이라 해당 기업에 대한 수사도 불가하고, 처벌 항목도 애매하다. 유일한 처벌 조항은 자신에게 가상 캐릭터를 판매한 소개책이나 기업을 상대로 ‘유사수신’ 행위를 고소하는 길뿐이다.
관련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활용성이 거의 없는 가상화폐들에 비교해도 가짜 캐릭터 사건은 완전 ‘봉이 김선달’ 같은 사건”이라며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이자 유사수신 행위이지만 운영진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래했던 개인들끼리 서로 고소를 하거나, 판매자에게 약간의 배상금을 받고 서로 합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마저도 ‘확정 수익 보장’처럼, 문제가 되는 문구를 사용해 홍보를 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개인 간 거래이다 보니 ‘수익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넣었을 경우에만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고, 그 외의 경우 앞선 구매자나 소개책, 해당 플랫폼 운영진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다.
실제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최근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0대 A 씨 등 7명을 붙잡아 수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확정 수익 보장’이라는 점을 앞세워 투자자들에게 홍보를 했기 때문이다. A 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한 달 동안 P2P를 사칭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 뒤 투자자 간 매매 수수료를 받는 방법으로 약 60억 원을 챙겼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새로운 투자자에게 ‘수익을 100% 보장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이런 P2P 사이트에서 피해자는 있는데 법적인 가해자는 없는 구조도 만들어질 수 있다”며 “P2P 사이트 구조에 대한 금융당국, 수사당국의 새로운 처벌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이 같은 법의 함정을 피해 ‘제2의, 제3의 P2P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변호사는 “블로그나 SNS에 홍보를 하는 소개책이나 플랫폼 운영진은 결국 한 패거리”라며 “이들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에 한 개의 P2P 홈페이지를 만들어 한 탕을 하고 난 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회사 이름으로 똑같은 P2P 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들을 현혹한다. 이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