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18일 법원에 따르면 안 씨 측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안 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 14일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안 씨는 양손으로 딸 정인이의 양팔을 꽉 잡아 빠르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양모 장 아무개 씨(35)와 함께 정인이를 주차장에 홀로 방치하거나 장 씨의 학대로 몸이 쇠약해진 정인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안 씨는 정인이에 대한 정서적 학대, 방임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줄곧 ‘아내의 학대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선고 당시 재판장이 법정구속 사실을 알리자 안 씨는 “혼자 남을 (첫째) 딸을 생각해 2심까지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항소를 시사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안 씨가 피해자의 상태를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세 차례나 학대신고가 이뤄졌음에도 아내의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아내의 기분만 살피면서 오랜 기간 동안 학대를 방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피해자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피해자의 악화된 상태를 설명하고 꼭 병원에 데려갈 것을 당부했음에도 호소를 거부함으로써 생명을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버렸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 10년 취업제한도 명했다.
검찰도 항소를 위한 판결문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사건의 잔인함에 비해 1심 선고 결과가 낮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모 장 씨는 무기징역을 받았다. 장 씨는 그간 재판부에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된 존엄을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크고 분명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