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나보타(왼쪽)’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오른쪽)’ 사진=각 사
대웅제약은 18일 “ITC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항소순회법원에 ‘항소 진행은 무의미(moot)하다’는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이번 ITC 입장이 지난 2월 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메디톡스·메디톡스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의 3자 합의로 인해 더는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ITC 결정이 무효가 되면 소송 당사자들은 이 결정 내용을 미국 내 다른 재판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14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등에 새롭게 제기한 톡신 개발 중단 및 이익 환수 소송 등의 의미가 크게 줄었다는 게 대웅제약 측 주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의 이번 공식 발표는 오류가 많았던 기존 결정 무효화를 사실상 지지하는 것”이라며 “대웅제약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민·형사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이미 ITC 판결이 나온 상황이고, 이 판결이 앞으로 여러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항소가 기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C가 메디톡스, 엘러간, 에볼루스의 3자 합의에 근거한 일반적 의견을 제출한 것일 뿐이고, 항소에 관한 결정은 연방항소법원이 내린다는 것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미 ITC가 대웅제약의 도용 사실을 밝혔고, 법리상으로도 연방항소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갈등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메디톡스와 메디톡스 파트너사인 엘러간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미국내 수입을 막아달라며 미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21개월간 나보타의 미국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결정에 대해 대웅제약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다.
이후 대웅제약의 미국내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메디톡스 및 엘러간과 3자 합의계약을 맺고 합의금과 로열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나보타 판매를 재개했다. 최종적으로 대웅제약과 합의 당사자들은 ITC에 나보타 수입 금지 명령 철회와 최종결정 무효화를 신청했고, 이달 초 ITC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갈등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메디톡스는 지난 5월 14일 대웅제약 등에 톡신개발 중단 및 이익 환수 요구, 특허권 이전 소송 등 새로운 소송 2건을 새롭게 제기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서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치료용 목적으로 허가, 수입, 판매하는 권리를 갖고 있는 독점 파트너사다.
메디톡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대웅제약과 이온바이오가 ITC 결과를 무시하고 메디톡스의 권리를 의도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제소했다. 대웅제약과 미국내 파트너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소송에 대해 “한심하고 무책임하다”며 “어려운 회사 사정에 아직도 미국 변호사에게 돈을 쏟아붓는 것이 이제는 안쓰럽다”고 밝히며 새로운 갈등을 예고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