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사기·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 원을, 한의사 B 씨에게 징역 2년 및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의사인 A 씨와 B 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에는 소변으로 고름을 뺐는데, 지금은 대변으로 덩어리들이 나오게 하는 기법이 최근에 도입됐다” “특수약을 쓰면 현대의약으로 고칠 수 없는 환자를 90%이상 완치시킬 수 있다”고 속여 말기암 환자 등 피해자 2명으로부터 736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 외에도 A 씨는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피해자 3명으로부터 9900만 원을 더 받은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B 씨는 2013년 10월 자신의 한의원 홈페이지에 “25년간 암에 대한 연구의 결실로 만들어진 약입니다” 등의 제목과 함께 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광고를 올렸다. 그러나 실제로 B 씨가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시점은 2001년 3월로 25년간 암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없었다, B 씨는 2015년 1월 말기암 치료 광고를 보고 찾아온 환자의 부친에게 연구원장인 A 씨를 소개했다. A 씨는 “2년 전 개발한 특수약을 쓰면 환자를 고칠 수 있다”고 속였다.
그런데 A 씨는 처방당시 한의사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지난 1992년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A 씨는 앞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2012년 12월 한의사 면허가 취소됐다. 그는 2016년 6월 한의사 면허를 재취득하기 전인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C 한의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암치료가 가능한 특수약을 개발한 사실도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가 처방한 약에서는 독성생약 성분이 검출되었을 뿐 암세포를 없앨 수 있는 효능을 가진 약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이들은 말기암 환자에게 심장마비가 온다는 이유로 진통제를 처방하고, 암세포는 42도가 넘어야 파괴된다는 이유로 해열제를 먹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약재를 링거를 통해 투약하는 ‘혈맥약침술’을 시행하고 치료비를 받기도 했다.
A 씨는 또 버킷림프종을 앓던 환자가 자신이 처방한 약을 먹고 증세가 악화돼 3일 만에 사망해 유족으로부터 고소당하자, 후배 한의사 D 씨에게 “네가 처방을 한 것처럼 처방전을 작성해 경찰에 제출해달라”고 부탁한 혐의(증거위조교사 등)도 받았다.
1심은 “환자들은 A 씨와 B 씨가 처방한 약을 복용한 후 고열, 마비 등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A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 원을, B씨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증거 위조를 도와준 D 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A 씨 등은 “진료 당시 의사 면허는 없었지만 한의사 면허는 재취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환자들이 받은 혈맥약침술은 적법한 한방의료 행위이므로 관련 혐의는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은 링거를 통해 다량의 약침액을 정맥에 주입하는 것으로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만 극대화 돼있고 한의학적 침술에 의한 효과는 없거나 미미하다”며 “한의학의 원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같은 한방의료 행위가 무죄라는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1심이 A 씨에게 선고한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유지했다.
다만 범행 대부분을 자백하고 유족과 합의한 B 씨는 일부 감형을 받아 징역 2년 및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A 씨와 B 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