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들어 현대차는 에어백 관련 반도체 공급 불안정으로 17~18일 투싼과 넥쏘를 생산하는 울산5공장 52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 역시 18일과 20일 가동을 중단한다. 기아도 에어백 관련 반도체 수급난으로 17~18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토닉 등을 생산하는 소하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지난 6~7일에도 계기판 관련 반도체 부족으로 울산4공장 포터 생산라인을 멈춰세웠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품귀로 울산1공장 7~14일, 아산공장 12~13일, 19~21일 가동을 중단했다.
그동안 특근 취소 등으로 버텨 온 기아 역시 반도체 부족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날까지 이틀간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광명 2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기아는 K8과 카니발의 일부 사양을 빼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마이너스 옵션’까지 제시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크지는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작년 말부터 불거진 반도체 부족 사태에도 생산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오닉 5의 사전 계약과 EV6의 사전 예약을 무리하게 진행해 고객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 차량의 일부 사양을 선택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빠른 출고를 해주고, 기아가 일부 사양을 제외하는 소비자에게 차량 가격을 낮춰주는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하는 등 반도체 수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생산차질이 이어지며 ‘5월 반도체 보릿고개’가 현실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가 5월께 반도체 비축물량을 다 소진, 반도체 보릿고개를 맞게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업계는 반도체 품귀상황이 이르면 4분기에야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와의 갈등도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한 8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내년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등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74억달러(한화 8조 1417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사측이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기아 노조 역시 소식지에서 미국 투자 계획에 반대하며 국내 공장 투자를 통한 고용 안정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번 현대차의 미국 투자는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위한 설비 확충 외에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종전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했던 사업을 모두 포함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등을 고려하면 미국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