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해외 인기 멤버 영입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긍정론도 나온다. 반면 한국 대중들이 일본인 멤버의 재데뷔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우려된다는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한국 활동을 재고 있는 일본인 아이돌 가운데는 한국의 정서상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나 행동으로 국내 활동 이전부터 문제시된 이들도 있어 더 큰 반감에 부딪치고 있다.
4월 해체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의 멤버이자 HKT48의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의 한국 재데뷔가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과 극을 오가는 이는 전 아이즈원 멤버이자 현 HKT48 멤버인 미야와키 사쿠라(23)다. 일본 내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AKB48사단의 후쿠오카 하카타 지역 로컬 그룹인 HKT48의 멤버로 2011년 13세의 나이로 데뷔한 미야와키 사쿠라는 데뷔 직후부터 일본 팬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후로도 일본 활동 내내 줄곧 ‘센터’ 자리를 꿰차며 명실공히 인기 최상위권 멤버로 자리매김했으며 국내 AKB48과 HTK48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8년부터는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과 AKB48 사단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공동 제작한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을 통해 한일 합작 그룹 아이즈원으로 성공적인 국내 데뷔를 마쳤다. 당시 미야와키 사쿠라는 일본인 멤버 가운데 1위, 최종 2위를 기록하며 한국에서도 ‘먹히는 아이돌’이라는 것을 입증해 냈다.
비록 아이즈원이 투표 조작 등의 논란으로 팬덤을 제외한 국내 대중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진 못했으나 미야와키 사쿠라의 활약은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미 일본 내에서 막강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이자 중국에서 물량으로 밀어붙일 정도의 인지도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AKB48과 HKT48, 아이즈원으로 이어진 팬덤이 형성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지난 4월 아이즈원 해체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미야와키 사쿠라가 귀국 한 달 만인 5월 15일 HKT48을 졸업(그룹에서 멤버들이 탈퇴하는 것을 돌려 표현한 용어)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미 아이즈원 해체 직후부터 하이브(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유력하다는 ‘설’이 기정사실로 돼 왔었다. 하이브 측은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업계 내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미 한국행을 결정지은 상태에서 하이브냐, 하이브 재팬이냐의 선택만이 남아있을 뿐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미야와키 사쿠라의 한국 재데뷔 설에 힘이 붙는 가운데, 그의 국내 활동을 놓고 국내 대중들 사이에서는 격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 활동 중 미야와키 사쿠라가 보여줬던 ‘우익 성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야와키 사쿠라의 한국행 설을 두고 대중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대하는 측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의 ‘우익 성향’ 의혹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8월 15일마다 국내 아이돌이 광복절 기념 글을 SNS에 올리면 일본인 팬들로부터 “반일 아이돌이냐”는 비난을 받는 것처럼, 반대로 일본 아이돌이 종전기념일을 기리며 “일본 군인들로 인해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글을 올리면 “전범국이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비난을 받는다. 이외에도 일본의 대표적인 정한론(19세기 말 일본에서 퍼진 일본이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사상 또는 신념)자로 분류되는 사이고 다카모리를 위인으로서 존경한다는 취지의 과거 글이 발굴되면서 미야와키 사쿠라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업계 내에서는 이처럼 양분된 국내 대중들의 반응을 놓고 “중국인 아이돌 멤버들의 크고 작은 논란 탓에 일본인 멤버들이 상대적으로 묻힌 감이 있었는데 최근 커지는 K팝 시장을 대놓고 노린 일본 아이돌들을 두고 반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전까지는 중국인 멤버들이 동북공정과 연관되는 ‘하나의 중국’을 옹호하거나 홍콩 민주화 운동을 두고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 논란이 되면서 중국인 멤버를 향한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
반면 일본인 멤버들의 경우 2010년대 중반 들어 데뷔가 늘어났다는 것 외엔 큰 이슈가 없던 가운데, 우익 성향으로 의견이 분분한 멤버를 ‘인기 멤버’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재데뷔시킨다는 것에 반대 의견이 몰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사 아이돌 매니지먼트 팀장은 “일본이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내수만으로 잘 돌아가니 K팝 시장을 아주 우습게 여겼다가, 세계에서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를 마치 세계화를 위한 발판 정도로 여기는 감이 있다”며 “업계야 수익 창출이 목적이니 일본이 우리 시장을 인식하고 투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겠지만 대중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 내에서 한국 대중들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반일 감정 탓에 일본 연예인들의 한국 활동을 강제로 막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뮤직 재팬이 공동 제작한 일본인 걸그룹 니쥬(NiziU)가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의 반일 감정 탓에 한국 데뷔가 무산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의 매니지먼트 팀장은 “반일 감정이 그렇게 강하다면 아이즈원을 비롯해 일본인 멤버들이 있는 아이돌 그룹들은 결성 소식이 알려진 순간 소속사가 계란 세례를 맞지 않았겠나”라며 “대중들이 지적하는 건 반일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릴 수 있는 게 아니라 국내서 활동하고자 하는 일본 연예인들의 역사 인식 문제인 만큼, 이 지점에서 명확한 해명이 없다면 데뷔를 강행한 소속사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