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성년의날 기념 20대 청년 초청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송영길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앞서 민주당은 4월 23일 반도체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특위를 띄웠다. 한·미 간 백신 스와프부터 백신·반도체 패키질 딜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지자, 당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는 반도체특위 출범 이틀 전인 4월 21일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 의원(초선·광주 서구을)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양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 직전 문재인 당시 대표의 7번째 인재영입 인사로 발탁, 민주당에 입당했다. 친문(친문재인) 직계인 윤 위원장이 경제통인 ‘문재인 키즈’를 발탁한 셈이다.
그러나 5·2 전당대회 직후 반도체특위 위원장이 돌연 교체됐다. 송영길 대표는 5월 12일 신임 반도체특위 위원장에 변재일 의원(5선·충북 청주청원)을 임명했다. 그간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이끌던 양 의원은 간사로 내려갔다.
양 의원은 당 공식 발표 직전에야 ‘보직 변경’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5월 13일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도 반도체특위 전 위원장인 양 의원만 참석했다. 변 의원은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 졸속 인선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통 관료 출신인 변 의원도 경제통이지만, 반도체 전문가는 아니다.
당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 중진 의원들이 5·2 전당대회 이후 “그간 당직에서 소외됐다”는 의견을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신임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의원과 함께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진표(5선·경기 수원무) 의원이 발탁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당 일각에선 남성 중진 의원을 중용하는 송영길 체제 인사 정책에 적잖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직전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진선미 의원(3선·서울 강동갑)이었다. 문 대통령의 인사 철학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야당이 ‘낙마 영순위’로 지목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막판 기사회생한 것도 문 대통령의 ‘여성 할당제(여성 장관 30%)’ 공약 덕분이었다.
그간 민주당 내부에서도 ‘임혜숙 불가론’이 우세했지만, 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여성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로, 성공한 여성 롤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지명한 것”이라고 한 직후 친문계를 중심으로 ‘임혜숙 구하기’ 기류가 한층 뚜렷해졌다.
하지만 당 산하 특위 두 여성 위원장 교체는 ‘여성 홀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진 의원은 부동산 대란이 최고조에 다다른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구 임대주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해 뭇매를 맞았다. 당 한 관계자는 “당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임기 말에는 중진 의원들이 전면에 포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