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나.
“지금 우리 정치가 대단히 낡고 지쳤다. 이미 기득권화 됐고, 주류 질서를 반영하고 있다. ‘유치원 3법’ 때 뼈저리게 느꼈다. 사립유치원 연합회에 불과한 한유총이 뭐라고 교육감, 교육부 관료들, 국회의원들, 시도지사들 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양이 앞의 쥐였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 과세 문제도 박용진이 국회의원 되기 전까지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고, 국민 혈세 쓰인 곳에 감사가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다 그렇게 알고 산다. 일부 돈 있고, 힘 있고, 백 있는 사람들, 그들과 결탁돼 있는 사람들이 아무 소리 못 하고 있다면 바꿔야 한다. 그런 거 똑바로 안 하니까 불공정하다고, ‘내로남불’이라고 국민들이 말씀하시는 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여전히 남아있는 돈 있고, 힘 있고, 백 있는 사람들의 특혜, 반칙, 특권에 대해서 머뭇거리지 않으려고 한다.”
―민주당 민심 이반의 원인은 무엇일까.
“보고 싶은 대로 보면 안 된다. 그러면 또 진다. FGI보고서(조국 사태가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한 민주당 서울시당 보고서)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 이후 우리 사회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사건이 조국 사태다. 조국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나 가장 핫한 일이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이전 유권자들 사이에 자욱한 유증기가 있었다고 본다.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든 거다. 부동산 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정부에선 이런 일을 해결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적 내로남불, 불공정한 모습이 보이니까 실망스러웠던 거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우리한테 회초리를 들었던 분들이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분들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전환된 이유를 들여다보면 된다. 가장 큰 사건 중에 하나였던 조국 사태를 없었다고 취급해선 안 된다.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 강남 3구 집값을 잡는 게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박용진표 부동산 정책이 궁금하다.
“부동산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대로 둘 수밖에 없다. 강남 3구든 대구의 수성구든 부산의 해운대든 시장 가격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돈 많은 사람이 사는 거다. 그에 따른 세금도 왕창 물고 있는 거다. 그건 그대로 두면 된다. 다만 공급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젊은 30~40대가 내 집 마련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독립해서 혼자 사는 20~30대에게 주거비용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서울 도심에 살고 있는 1인 가구는 70만~100만 원에 가까운 주거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소득의 5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일 거다. 주거비용 부담 없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은 종부세나 재산세 완화에 관심을 갖는다. 열심히 일하는 근로소득자들이 누릴 수 있는 월세 공제제도 확대 주장은 안 한다. 종부세 잡을 거면 월세 감면도 하자는 거다.”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 민심 이반 원인과 관련해 조국 사태를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한다고 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민주노총이 사업장만 지켜나가기 위해 노동운동 해선 안 된다.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임시직, 플랫폼 노동자, 배달 노동자들 이런 노동자에 대한 안전망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정부와 경영진에게 먼저 협상을 제안해야 한다. 가령 고용보험 필요 없는 공무원 노조, 교사 노조를 요율 조정 등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정부와 사학재단도 비용을 부담하도록 협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고용보험 해마다 발생하는 부족분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그러면서 제기해야 한다. 새로운 형태 노동자들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자고 말이다. 우리가 먼저 할 테니까 사회적 연대를 하자고 제안해야 하는 거 아니겠나.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한다. 이런 얘길 해서 박용진 편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문자로 격려 문자 많이 받았다. 컷오프만 통과하면 현대차에서 밀어줄 테니 바람 한번 일으켜보라고 하더라.”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면서 ‘박정희 대통령 고속도로 사업’이나, ‘김대중 대통령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사업’을 언급했다.
“처음엔 다 안 된다고 했었다. 1968년도에 2200억 원밖에 안 되는 정부 예산 가운데 430억 원을 들여서 경부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했을 때, 1998년도에 IMF 외환위기로 나라 망한다고 하던 상황에서 70조 2000억밖에 안 되는 정부 예산 가운데 향후 10년 동안 80조를 쏟아 부어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하겠다고 했을 때 다 반대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것 때문에 먹고 사는 거다. 수출 강국, IT 강국이 됐다. 이렇게 얘기하면 ‘박정희 찬양하는 놈’ 문자도 오기도 한다. 하지만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우리 국민들이 피땀으로 만든 경부고속도로를 걷어낼 건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사면해주는 게 어떤 사회적 통합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건 아래 위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해소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불평등, 자산 불평등, 소득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게 사회 통합의 핵심이다. 이 부분에 대한 얘기는 안 하고, 자꾸 어떤 인물을 사면해주는 것이 사회 통합이라고 생각하는 건 매우 협소한 사회 통합이라고 본다.”
―대선 주자들 간 더 많은 정책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관련 메시지를 냈는데, 그걸 보면서 마치 교황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은 인구수로도 경제적 규모로도 군사적 능력으로도 완전히 대국이다. 이 나라를 혁신 선도국가로 끌고 나갈 생각이나 소신이 서있는지 의문이다. 그것도 얘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5·18 관련 메시지는 일기에나 쓰고 마셔라. 우리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과거 총리 경험, 당 대표 경험, 대통령 후보 경험을 말하면서 내 조직과 사람을 내세운다. 국민들은 줄 선 국회의원 머릿수 보고 찍어주지 않는다. 얼마나 준비됐는지 이야기하자는 거다. 우리 당 안에서도 치열하게 붙어보자는 거다. 세금 걷어서 나눠주는 선심 행정, 우리 국민들 그런 거 바라는 거 아니다.”
박용진 의원은 연 7% 수익률을 올리는 1500조 원대의 국부펀드 조성 계획도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필요하다면 도덕성 검증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이 보고 판단하실 거다. 가장 주요한 도덕성 검증 기준으론 재산형성 과정, 공직 수행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를 꼽는다.”
―경선을 앞두고 이른 질문일 순 있겠지만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고 싶은가.
“북한을 당장의 통일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북과의 관계를 일차적으로 사이좋은 이웃관계로 설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하지만 문화적 교류는 좋아한다. 핵무기를 가진 중국, 러시아와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가져간다. 북한하고도 그렇게 해야 한다. 대신 북이 우리에게 군사적으로 위협하거나 그러면 우린 당연히 그에 대한 대응을 분명히 해야 한다. 통일 환상에 근거해서 정책을 위반하는 게 아니라 사이좋은 이웃이라는 현실적인 관계를 설정해서 가야 한다고 본다.”
―경제 정책을 풀어나갈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
“삼성전자 같은 회사 10개, 20개 만들겠다는 얘길 출마선언문에 넣었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이 더 많이 양산돼야 한다. 이렇게 가기 위해선 혁신의 고속도로를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3대 규제를 뚫고 가야 한다. 관료들의 도장 규제, 기존 주류 사업자들에 의한 진입 장벽 규제, 기존 기업들에 의한 시장 독점 규제다. 어떻게 해서든 뚫어주겠다고 하는 게 박용진의 혁신 고속도로 계획이다.”
―대표적인 경제·복지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직접 설계한 ‘국민자산 5억 성공 시대’와 관련해서 얘기하고 싶다. 국부펀드를 조성한다는 거다. 대한민국 국부펀드 구성은 국민연금 870조, 한국투자공사가 운용하고 있는 외환 200조 정도, 67개의 각종 연기금들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 200조 정도다. 최소 1000조에서 1500조는 넘어가는 국부펀드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부펀드 수익률을 연 7%로 끌어올릴 거다. 국민연금은 지난 30년 동안 평균 수익률이 5%대다. 각종 연기금은 1%대다. 처참하다. 해외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기금은 다 8%대다. 싱가포르 투자청은 연 수익률이 18%가 넘는다. 우리는 납작 엎드린 투자만 한다. 안전한 채권에만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적극적 투자로 전환하면 된다. 1500조대 규모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적다. 7%의 국부펀드에 개인도 계좌를 열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신한은행이 낸 보고서를 보면 대한민국 최저임금 노동자가 월 50만 원 이상을 한다. 금리는 2%도 안 된다. 이 돈을 국부펀드에 50만 원씩 매달 30년 묻는다고 했을 때 원금이 1억 8000만 원, 이자가 4억 3000만 원 정도다. 이렇게 되면 노후에 지금 물가로 390만 원 정도를 매달 받을 수 있다. 그럼 뭐 하러 악착같이 집을 사고, 지금을 희생하고 살 필요가 있나. 노후 계획이 안정적으로 서야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이렇게 키울 수 있다. 이걸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