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5년 화성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롯데쇼핑컨소시엄이 현대백화점컨소시엄을 제치고 낙찰됐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조감도. 사진=롯데쇼핑 제공
LH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 12일 롯데백화점 동탄점 사업 관련 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2015년 LH가 발주한 화성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이 과정에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당시 동탄2신도시 백화점 부지 민간사업자 입찰 공모에서 롯데쇼핑컨소시엄(롯데쇼핑‧롯데건설‧롯데자산개발)은 최고가인 4144억 원을 제출한 현대백화점컨소시엄보다 약 587억 원 낮은 금액(3557억 원)을 적어 내고도 사업자로 선정됐다. 롯데쇼핑컨소시엄에 참여한 설계회사가 LH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과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롯데의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여러 의문이 제기되면서 부동산과 유통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그때 LH 부채가 상당해서 경영이 어려웠음에도 580억 원이나 적은 금액을 제시한 롯데를 선정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며 “정량적 평가는 다른 컨소시엄들의 점수가 높았지만, 주관적 평가에서 유독 롯데쇼핑컨소시엄의 점수가 앞섰고 업계에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건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2015년 9월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한 국정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롯데쇼핑컨소시엄이 입찰 과정의 지침인 ‘사업계획서의 규격’을 어겼음에도 감점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심사 직전에 심사위원들이 바뀐 점, 심사가 부실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LH가 롯데의 사업자 선정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이재영 당시 LH 사장은 “유착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이찬열 전 의원도 이 같은 의혹을 지적하며 감사원 감사 실시를 주장했지만, 당시 여당(새누리당, 현 국민의힘) 측이 협조하지 않아 무산됐고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이듬해 6월 검찰은 롯데 총수 일가 비자금 의혹 규명을 위해 고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를 담당하던 인물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비자금 조성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롯데자산개발 등 계열사를 파헤쳤고 이 과정에서 롯데자산개발이 포함된 롯데쇼핑컨소시엄이 백화점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 LH와 유착이 있었는지 여부까지 수사하게 된 것이다.
당시 검찰 수사의 목적은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규명이었기에 여기에 수사력을 집중했고, 주요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롯데-LH 유착 의혹은 검찰 캐비닛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찰 중심으로 움직이던 LH 전·현직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에 검찰이 뛰어들면서 롯데-LH 유착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비자금 조성 정황에 집중하던 2016년 수사와 달리 이번 수사는 LH 직원들의 유착 의혹을 밝히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롯데-LH 관계와 특혜 의혹을 살피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LH-롯데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해 유통가의 관심도 높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당초 6월로 예정됐던 동탄점 개점일이 계속 미뤄진 것이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이라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MD(상품기획자) 유치가 어려워 오픈이 지체된 것이라고 본다”며 “3대 명품(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입점도 쉽지 않아 동탄 롯데백화점의 경쟁력이 부족한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동탄 롯데백화점 관련 수사에 들어가면 백화점 이미지에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지주사 측은 2015년 LH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