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근 총경(오른쪽)이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최성보 정현미 부장판사)는 20일 윤규근 총경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자본시장법 위반·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19만 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윤규근 총경이 코스닥 상장사 큐브스(현 녹원씨엔아이) 정 아무개 전 대표가 건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가 정보를 알려준 직후 피고인이 주식을 거래했다”며 “이 같은 행동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점에 비춰볼 때 유죄로 본다”고 설명했다.
가수 승리가 차린 강남 주점 ‘몽키뮤지엄’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정 전 대표에게 증거인멸을 하게 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수사 무마를 대가로 한 주식 수수, 수사내용 누설 등 나머지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이 났다.
윤규근 총경과 정 전 대표는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사이다. 정 전 대표는 사업 관련 형사사건 분쟁에서 편의를 얻을 목적으로 윤규근 총경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 전 대표가 비상장사 주식을 윤규근 총경 형 이름으로 넘겼고, 그 대가로 몽키뮤지엄 단속사건 상황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알선수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정 전 대표는 여러 차례 윤규근 총경과 만나 큐브스의 사업, 경영정보를 등을 이야기했는데 이를 전후로 윤규근 총경이 큐브스 주식을 거래한 흔적이 있었다. 여기에는 자본시장법 상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정 전 대표가 윤규근 총경에게 수사를 청탁했는지, 윤규근 총경이 실제로 주식을 받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윤규근 총경이 불법으로 정보를 획득하지는 않았고 사건도 외압 없이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이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행위는 2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단됐다. 1심은 정 전 대표가 말해준 내용들이 대부분 언론에 공개됐던 것들이라 미공개 정보라고 할만 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정 전 대표가 언급한 내용 중 일부는 정보 가치가 있으며 그동안 해당 주식을 매도한 적 없던 윤규근 총경이 이 시점에서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점으로 볼 때 일부 주식매매 행위는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규근 총경은 승리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다. 그는 클럽 버닝썬 사태가 발생한 뒤 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이와 별도로 그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버닝썬 사태를 덮기 위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고 장자연 씨 사건 등을 부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