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꼬꼬무2
급기야 양말 장수 곽 씨는 군납공장 바로 옆에 하숙집까지 얻어 수시로 그 공장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곽 씨의 눈이 반짝였다. 드디어 공장주인 안 사장이 그의 시야에 포착된 것이다. 곽 씨는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공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드디어 안 사장과 마주하는 그 순간 곽 씨는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요란한 소리에 달려 나온 공장 직원들이 그를 말리려 했지만 몸싸움 끝에 곽 씨는 안 사장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고 부상을 입은 안 사장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평범한 양말장수로 보였던 20대 청년은 어떤 이유로 안 사장에게 칼을 휘둘렀던 것일까. 그런데 병원에서 퇴원한 안 사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호황을 누리던 공장마저 처분하고 야반도주하듯 마을을 떠난 안 사장의 비밀을 장트리오가 이야기 한다.
그날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49년 6월 26일에 시작된다. 평화로운 일요일 정오 서울의 한 저택 2층에서 네 발의 총성이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권총을 손에 든 남자가 계단을 내려오며 소리쳤다.
암살자의 이름은 안두희로 육군 포병 소위였던 안 씨는 사건 직후 현장에 출동한 헌병대에 체포됐지만 그 후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서울지검장이 헌병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하는가 하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던 이들이 하나둘 기이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런데 사건 발생 2년 후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암살범 안두희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추적자들이 나섰다. 수십 년 동안 무려 열 명 이상의 추적자가 바통을 넘겨받듯 안두희의 뒤를 쫓았다. 숨으면 찾아내고 도망가면 추적하며 그들이 안두희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암살의 배후를 밝혀라’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거목을 살해한 암살범 안두희의 손에 총을 쥐여준 배후는 누구인지 추적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