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마스크 사용 권고 기준을 완화했다. 사진=EPA/연합뉴스
뉴욕주 올버니에 거주하는 조 글릭먼이 바로 그런 경우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릭먼은 “앞으로 5년 동안 계속해서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하고 다닐 생각”이라고 밝혔다. 마트에 갈 때도 N95 마스크와 그 위에 헝겊 마스크를 덧쓰는 것도 모자라 고글까지 챙겨 쓸 정도로 완벽 무장을 하고 있는 그는 사실 이미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까지 다 접종한 상태다. 요컨대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릭먼처럼 마스크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이들이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은 남아있는 불안감, 새로운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백신 거부자들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영원히 마스크 없이는 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소 20개 주에서 마스크 사용 의무를 폐지하거나 백신 접종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면제해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 역시 이 지침을 따르겠노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은퇴한 우편집배원인 조지 존스(82)는 기뻐하기는커녕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서두르고 싶지 않다. 왜 내가 서둘러야 하는 건가?”
하지만 미국 내에서 이런 사람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눈총을 받았다면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가 됐다. 계속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들은 특히 근래 들어 점점 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이제 그만 긴장을 풀라고 다그치고 있으며, 심지어 편집증적이라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글릭먼은 얼마 전 마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남자에게 오히려 눈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소위 말하는 ‘퍼머-마스커(Perma-masker)’들이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트라우마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실제 코로나에 감염돼 고생을 했거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돼 세상을 떠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글릭먼의 경우에는 코로나에 감염된 후 폐렴으로 쓰러졌으며, 그 후에도 여전히 위장 장애와 시력 장애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런 트라우마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 마스크라고 말하는 글릭먼은 “내가 겪은 일에 대한 정서적, 심리적 충격에 대한 예방 차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다른 이유에서 마스크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편리함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변호사인 키일라 새미스는 “여자들은 공공장소에 나갈 때면 어느 정도 피부 화장을 하거나 아니면 아이라이너, 블러셔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면서 “하지만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후로는 이런 번거로움이 없어졌다”라고 밝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